(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정부와 개인이 주택 소유 지분을 나눠 갖는 방식인 '지분형 모기지' 관련, 집값이 하락할 경우 정부가 먼저 손실을 부담하는 구조를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3일 한국은행과 금융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부동산 신용집중 개선을 위한 정책 콘퍼런스'에서 지분형 모기지 관련 "주택가격이 떨어지는 경우 주택금융공사(HF)가 들어간 지분을 후순위로 해서 먼저 손실을 부담하는 구조로 생각 중"이라며 "즉 후순위 지분"이라고 말했다.
지분형 모기지는 김 위원장이 지난달 처음 언급한 제도로, 집값 상승에 따른 차익을 정부와 나누는 대신 초기 주택 비용을 낮춰주는 것이 골자다.
예를 들어 주택 구입에 필요한 돈이 100이고, 현재 가진 자금이 10, 대출로 충당할 수 있는 부분이 40일 경우, 남은 50에 대해 주택금융공사가 지분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매입하는 구조다.
이후 주택을 매도할 당시 집값이 올라갔을 경우 수익을 나눠 가지는 방식이다. 다만 집값이 하락했을 경우 손실 주체가 누구인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는데, 정부가 선 부담하는 방식을 김 위원장이 공식화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분형 모기지 도입 취지로, 주택가격이 올라감에 따라 자산의 격차와 양극화가 점점 심해짐을 언급했다. 소위 '영끌'로도 주택을 구입할 수 없는 사람들의 경우 경제적인 부분에서 좌절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금융당국 입장에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 가계부채 관리를 완화할 수 없는 상황인데, 고민 끝에 김 위원장이 제시한 것이 지분형 모기지다. 주택금융공사가 지분을 공동 취득하는 방식으로 '영끌'로 인한 가계부채 총량은 제한하면서, 주택 구입을 도울 수 있다는 취지다.
특히 과거에는 무주택자가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이자를 깎아주는 방식'의 지원에 그쳤다면, 현재는 거시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지분형 모기지가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지분형 방식은 공공과 같이 투자해 부채를 일으키지 않는 방식"이라며 "그간 일정 수준 이하의 소득, 무주택자에 대해 이자를 깎아주는 방식이었는데 거시건전성 차원에서 이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식이냐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주택금융공사가 가진 지분에 대한 사용료는 대출이자보다 낮게 책정할 것이라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주택금융공사가 가지는 지분에 대해 사용료를 낼 것이고, 어느 정도로 책정하는지를 따져봐야 하지만, (대출) 이자보다는 낮게 가져갈 생각"이라고 했다.
지분형 모기지는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시행된 '공유형 모기지'와 유사한 구조다. 공유형 모기지는 정부가 낮은 금리로 대출을 제공하는 대신, 주택 매도 시 발생한 시세 차익의 일정 부분을 정부와 나누는 방식으로, 초기 자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당시 호응도가 부족했는데 지분형 모기지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서 김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구조 자체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과거 제도(공유형 모기지)는 한 마디로 '저리 대출'이었으며, 추후 가격이 오르면 수익이 나는 것의 일정 부분을 정부가 가져가는 구조였다"며 "이는 결국 지분이 아닌 '부채'며, 처음부터 대출로 빌려 지분이 없음에도 가격이 오르면 (정부가 수익을) 뺏어가는 것처럼 보여서 수요를 끌어내는데 제약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지분형 모기지의 경우 얼마나 수요가 있을지 사전 테스트해 볼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얼마나 수요가 있을지를 테스트해 봐야 해서, 시범적으로 먼저 할 생각"이라며 "반응에 따라 얼마나 더 확대할지, 체계를 바꾸는 수준의 변혁을 가져올지를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김 위원장의 지분형 모기지에 동감했다.
이 원장은 "왜 이렇게 과한 부동산 쏠림이 존재하는 것인지, 왜 이렇게 과하게 레버지리를 썼던 건지 등을 레고랜드 사태, (태영건설) 워크아웃 등을 거치며 몸으로 느끼고 고민했다"며 "디레버리징 한다는 것이 유동성을 창고에 두자는 것이 아닌 레버리징이 아닌 에쿼티(지분)로 운영하자는 정신"이라고 했다.
doyeo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