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은퇴 시즌2] 노후의 S∙O∙C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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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서울=뉴스1)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 청국장 집에서 점심을 먹는데 옆 테이블에 앉은 초로의 여성들이 어디를 여행하고, 무엇을 배우고 등 노년의 활동에 관한 얘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여행을 안 가본 데가 없는 것 같았다. 젊을 때 해 보지 못한 것을 하려는 마음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삶의 중심이 되어서는 안될 것 같다. 노년은 ‘다양하게 펼치기 보다 선택해서 집중을 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는 어떤 길을 걸어야 할까?

노년심리학자인 밸티스 부부(Paul Baltes & Margaret Baltes)가 주창한 SOC 모델을 참조해 볼만 하다. SOC는 사회간접자본으로 도로, 철도, 항만, 공항, 에너지 시설, 통신망 등 국가 경제 활동과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기반 시설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SOC는 사회간접자본이 아닌 성공적인 노년 적응 모델이다. 나이 들면서 나타나는 육체적, 인지적 능력의 감퇴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방법에 관한 것으로 가장 성공적인 노화 적응 이론으로 인정받고 있다. SOC는 보완을 수반한 선택적 최적화(Selective Optimization with Compensation)를 의미한다. 그 핵심은 선택, 최적화, 보완 셋이다.

선택은 지금까지 해 왔던 활동들 중 자신에게 가장 중요하고 또 앞으로 성취 가능한 현실적인 목표와 행동을 선별적으로 택하는 것이다. 선택된 목표들의 우선 순위를 정하고 시간, 에너지와 같은 자원을 우선 순위에 따라 배정하게 된다. 자신의 강점과 한계를 파악하여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는 셈이다. 손쉽게는 과거에 즐거웠던 취미 활동을 다시 시작하는 방법도 있다.

피아니스트 루빈스타인(Arthur Rubinstein, 1887-1982)은 7세 때 첫 공개연주회를 가진 뒤 89세까지 80여년을 전세계를 돌며 현역 활동을 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젊을 때 루빈스타인은 연주곡이 다양하여 쇼팽, 베토벤, 브람스 등의 작품에 대한 그의 해석은 독보적인 것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신체 기능이 이 모두를 훌륭하게 연주하기 어렵다고 판단되자 연주를 그만둔 게 아니라 연주곡의 범위를 좁혔다.

최적화는 자신이 선택한 활동이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훈련과 연습을 통해 기술과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말한다. 선택한 영역의 수행을 최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루빈스타인은 연주곡의 폭은 좁아졌지만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곡의 깊이를 더했다. 범위를 좁히고 한 곡 당 연습량을 늘리면서 역량에 맞게 자신의 자원을 최적으로 재배분한 셈이다. 그래서 삶의 후반의 루빈스타인은 젊을 때에 비해 힘이 있는 테크닉은 떨어졌지만 원숙함으로 이를 극복하고 사람들에게 더 깊이 있는 음악을 선사했다.

보완은 목표 수행을 위해 어떤 기능이 필요한 데 그 능력이 수준 이하로 떨어졌을 때 손상되거나 잃어버린 기능을 다른 자원으로 대체하는 것을 말한다. 자신의 성과가 떨어질 때 이 손실을 대체할만한 창의적인 방법을 찾는 셈이다. 기억력이 저하되면 메모장을 이용하고 근력의 약화로 이동성이 떨어지면 스쿠터나 간단하고 편리한 이동 수단을 활용하는 것이다.

필자의 어머니는 최근에 일어난 일을 잘 까먹으시니 어느 날 통화 중에 사실 확인 문제로 혼란이 오자 잠깐 기다려보라고 하더니 메모장에 적힌 것을 보고 확인해주었다. 그래서 필자는 나이 들어 기억력이 떨어지면 메모장과 같은 외장 메모리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시력이 약해지면 안경을 곳곳에 갖다 두는 방법도 있다. 안경 하나 두고 여기저기 찾을 게 아니라 가방 안에도, 차에도, 집에도, 안방, 거실 등 여러 곳에 두어야 눈의 불편함을 보상해줄 수 있다. 노후에는 이런 보상 수단을 잘 찾아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루빈스타인은 박자가 아주 빠른 부분은 도저히 예전과 같은 속도로 연주할 수 없게 되자 음의 강약을 조절하여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고 한다. 박자 조차도 악보와 약간 다르게 연주하면서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물론 대가이니까 허용되는 부분이다. 젊은 시절의 화려한 연주를 아쉬워한 팬들도 있었지만 사람들은 노년의 그의 연주가 따뜻한 감성으로 가득했다고 기억한다. 테크닉의 부족을 깊이와 감성으로 보완한 것이다.

노년을 상실과 쇠퇴의 시기로 보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SOC 모델은 노년을 쇠퇴 기간이 아닌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관리하여 성공적인 노년으로 이르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저절로 되는 게 아니라 루빈스타인에게서 보듯이 자신이 가진 강점, 자원, 수단에 따라 각자에 최적인 모델을 수행하는 전략이 필요함을 말해준다. 선택∙최적화∙보완은 실현 가능한 목표와 활동을 선택하여, 자신의 자원을 최적으로 재배분하고, 부족한 능력은 다른 보완 수단을 활용하는 것으로 성공적인 노년을 위한 필수적인 기반시설 역할을 하는 일종의 사회간접자본이라 할 수 있다.

노년의 사회간접자본 SOC를 구축해보자. 노년의 상실의 시기에서도 효율적이고 고품격의 삶을 유지하는 길을 보여줄 것이다. 가을이 되면 나무도 잎을 떨구고 최적화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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