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은퇴 시즌2] 건강 수치가 0.1점을 초과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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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서울=뉴스1)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 건강 검진이 일상화되면서 건강 검진 전에 시험 보듯 준비를 하고 결과를 시험 결과처럼 본다. 수치가 정상 범위에 있게 되면 안심하면서 긴장이 풀어지고 정상 범위를 벗어나면 덜컥 걱정을 한다. 특히 당뇨에 관계된 수치에 민감하다. 여러분들이 당뇨 정상 범위보다 0.1점을 초과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여기에 재미 있는 실험 결과가 있다.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인 엘렌 랭어(Ellen Langer)는 저서 <노화를 늦추는 보고서(The Mindful Body)>에서 이와 관련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혈당 농도를 측정하는 당화혈색소 검사(A1c)에서 5.7퍼센트 이상은 ‘당뇨병 전단계’로 5.7퍼센트 미만은 ‘정상’으로 분류한다. 그런데 검사과정에서의 편차를 고려한다면 5.6과 5.7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 그럼에도 이렇게 꼬리표를 붙이는 것은 무언가 기준선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기준을 설정하고 꼬리표를 붙여 놓으면 사람들이 아무런 생각 없이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5.6인 사람은 정상이라 생각하면서 행동하고 5.7인 사람은 자칫하면 당뇨병에 걸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간다. 언뜻 생각하면 당뇨병이 걸릴 수 있다는 긴장으로 살아가는 게 당뇨에 더 안 걸릴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랭어 교수의 실험 결과는 이와 반대다.

A1c 검사에서 5.6(정상이라고 판단되었지만 정상에서는 가장 높은 수치)을 보인 사람은 첫 검사 이후 2,000일 정도 후부터 수치가 올라가는데 5,000일까지 5.7을 약간 넘는 수준에서 머무른다. 반면에 통계적으로 무의미하지만 0.1이 높은 5.7에서 당뇨병 전단계로 분류된 집단은 2,000일 이후에 A1c 수치가 지속적으로 높아져서 5,000일 이후에는 6.2까지 올라간다. 5.7과 6.2는 유의미한 차이다. 0.1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는 데 왜 이런 결과가 발생할까?

0.1이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래서 A1c 수치가 5.5와 5.6을 보인 두 집단을 비교해보았다. 0.1이 유의미한 차이라면 이들도 시간이 흐르면 당뇨의 진행 정도가 달라야 한다. 그런데 유의미한 차이가 없이 그냥 똑 같이 정상 수준을 계속 유지했다.

또한 당뇨병 전단계 수치에 속하는 집단 중에서 A1c가 5.7인 집단과 5.8인 집단을 비교했다. 0.1이 의미가 있으면 이들의 향후 당뇨병 진행도 5.8인 집단이 더 높아져야 한다. 그런데 5,000일 이후의 결과를 보면 5.7인 집단은 6.2가 되었고 5.8인 집단은 6.02를 보여 오히려 5.8인 집단이 더 낮았다. 결국 5.7과 5.8은 미래의 당뇨 진행 정도에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정상에 속한 집단과 당뇨병 전단계에 속한 집단 모두에서 0.1의 차이는 무의미하다. 그런데 그 경계선상에서 정상에 속한 사람과 당뇨병 전단계에 속한 사람은 향후 A1c 수치의 진행이 유의미하게 달라졌다. 정상에 속한다고 생각한 사람에 비해 당뇨병 전단계라고 생각한 사람의 수치가 훨씬 높아지는 것이다. ‘위험’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행위가 오히려 향후에 당뇨병 걸릴 확률을 더 높이는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랭어 교수는 ‘몸’이 당뇨 초기라는 ‘생각’을 따라가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본다. 랭어 교수의 책은 바로 여기에 초점을 맞춘다. 데이터 잡음이 우리에게 꼬리표를 붙이고, 이 꼬리표를 우리는 아무 의심없이 받아들이고, 꼬리표에 따라 몸이 반응하면서 내 몸을 운명론에 빠지게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좀 더 일반적인 사례로는 청력과 시력에서 우리는 검사 결과에서 정상과 이상을 구분한 뒤 한 단계의 점수차이임에도 불구하고 후자의 집단에게 보청기와 안경을 끼라고 한다.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는데도 한 집단은 보청기와 안경을 끼면서 몸의 비정상을 받아들인다. 이것의 단점은 청력이 약하다는 것과 눈이 나쁘다는 것을 그냥 받아들이기 때문에 자신의 몸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멈추게 된다는 점이다.

사회도 이런 일이 많다. 우리나라 대학 입시제도를 보면 학력고사 1점 차이로 합격과 불합격이 나누어진다. 합격점 경계선상에서 1점을 더 받은 사람과 덜 받은 사람의 실력 차이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 뿐만 아니라 사회도 꼬리표를 다르게 붙인다. 그러면서 학교를 서열화하고 그 서열에 자신을 끼워 맞추게 된다.

그 뿐만이 아니다. 60세와 61세는 건강상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년이 60세라는 생각 때문에 완전히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정년을 넘은 나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기 때문이다.

랭어 교수는 자신에게 붙여진 꼬리표나 규칙에 의구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마음이 몸의 건강을 바꿀 수도 있다고 본다. 이런 말을 하니 또 ‘정신 승리’같은 말을 한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랭어 교수는 관련된 많은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다.

사람은 다양하다. 몸도 마음도 생각도 다양하다. 꼬리표로 디지털처럼 분류되고 재단 되지 않는다. 그러기에 사회에서 붙인 꼬리표를 무턱대고 받아들이지 말고 의구심을 갖고 하나씩 반추하고 도전하면 건강과 노후의 삶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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