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은퇴 시즌2] 노후에는 플라세보가 자산이 된다.

편집자주 ...유비무환! 준비된 은퇴, 행복한 노후를 꾸리기 위한 실전 솔루션을 욜로은퇴 시즌2로 전합니다.

본문 이미지 -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서울=뉴스1)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 원효대사는 한 밤중에 마신 시원한 물이 날이 밝자 해골에 고인 물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구토하는 자신을 보며 모든 현상은 마음이 만들어낸다고 보았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현대 의학과 심리학은 ‘마음 먹기’가 몸에 영향을 주어 건강과 웰빙에 실제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어릴 때, 정신과 의사였던 사촌 형님은 친척들에게 약을 지어주면서 약값을 꼭 받았다. 약값을 지불해야 병이 빨리 낫는다는 논리였다. 실제로 행동경제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약값을 많이 지불할수록 약효가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우리가 물건을 살 때 가격이 비싼 게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비싼 가격의 물건을 사는 것처럼, 치료 비용도 많이 들면 건강에 그만큼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실제 몸의 반응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플라세보(placebo), 가짜약 즉 위약이 효과 있다는 것은 받아들여지고 있다. 심지어 가짜로 하는 수술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식염수 주사, 설탕 알약, 위약 수술 등은 그 치료가 효과가 있을 거라고 믿으면 실제 치료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위약으로 병이 낫는다고 하니 마음과 몸의 관계가 신기하기는 하다. MRI를 찍어 보면 뇌 속에서 통증에 민감한 영역의 활동을 감소시키는 반면 통증을 예측하는 영역의 활동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마음 - 뇌 - 몸의 인과 관계가 확인된 셈이다.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 엘렌 랭어는 플라세보 효과가 일부에 영향을 주는 게 아닌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고 본다. 랭어 교수는 당뇨 대사 작용에 관한 연구에서 동일한 당을 함유하지만 음료수에는 서로 다르게 적어 놓으면 설탕 함량이 높다고 적혀 있는 음료를 마신 사람이 혈당이 높아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재미 있는 것은 피실험자가 플라세보라는 것을 알고 복용하더라도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고 한다. 환자들이 긍정적인 기대를 품도록 유도할 수 있다면 플라세보라는 것을 알고 복용해도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가짜 사람인 로봇과의 대화에서도 비슷한 효과를 일찍이 발견했다. 1966년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의 조셉 와이젠바움은 챗봇 일라이자(ELIZA)를 개발하였다. 일라이자는 사용자가 입력한 문장을 바탕으로 답변을 생성하는 기능을 가졌다. 예를 들어, 사람이 ‘나는 홍길동이다’라고 하면 ‘아! 당신은 홍길동이군요’라고 답한다. 그리고 “홍길동: 글쎄요, 친구가 여기 오라고 했어요. 일라이자: 친구가 당신을 여기 오게 했다고요? 홍길동: 친구는 내가 거의 늘 우울해 한다고 하더군요. 일라이자: 당신이 우울하다는 소식을 들으니 안타깝습니다.” 와 같은 유형의 대화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컴퓨터가 이렇게 대화를 하는 것을 알아도 마치 실제 사람과 대화하듯이 몰입을 하였고 심지어 우울증까지 개선되었다. 위약(僞藥)뿐만 아니라 위인(僞人)도 영향을 준다.

엘렌 랭어 교수는 한 걸음 나아가 플라세보의 반대인 노세보(nocebo) 효과도 연구했다. 이는 환자가 치료에 대해 부정적인 기대를 가질 때, 치료가 원래보다 더 나쁜 결과를 나타내는 현상을 말한다. 감기에 걸릴 거라고 생각하면 감기가 실제로 걸리는 식이다. 말도 안되는 것 같지만 참가자들에게 감기에 걸린 사람처럼 행동하라고 하고 이후 이들이 감기 초기 단계라고 알려 주었더니 감기 걸릴 확률이 높아졌다. 실제로 박테리아에 맞서 싸우는 항체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한다. 물론 의학계에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실험이지만 플라세보가 있으니 노세보도 대칭적으로 있을 법하다.

마음이 반드시 몸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보편적인 의견은 아니다. ‘낫는다’고 외쳐서 낫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약을 주사하면 거의 대부분은 몸이 그대로 반응한다. 필자는 수면 내시경 할 때 자지 않으려 눈을 부릅뜨고 있어도 3초 안에 의식이 없어진다. 플라세보나 노세보 효과는 부분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이지 강한 인과 관계에 있지 않다. 하지만 부분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도 무작위적으로 우연으로 일어난다고 보기는 어렵다. 무언가 영향을 주는 것은 틀림 없다. 그리고 ‘마음 먹기’를 잘 훈련하면 그 효과가 커질지 모른다. 좋은 생각 하면 좋아지고 나쁜 생각 하면 나빠진다.

플라세보는 노후의 삶에 적용된다. ‘상실의 시기’에 많은 생각들을 할 텐데 그 생각의 방향에 따라 노후 삶도 많이 달라질 수 있다. 주변 환경을 모두 학창시절로 바꾸어놓고 실제 학창시절처럼 행동하면 젊어진다는 연구가 있다.‘추억의 책가방’에서 개그맨 임하룡처럼 하고 다니면 몸도 젊어진다. 나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바꿀 수 있다는 태도를 가지고, 비관적인 기대보다 긍정적인 기대를 품고, ‘마음 먹기’가 몸을 바꾼다는 플라세보의 효과를 인정하고 행동하면 노후의 삶에서 가능성을 많이 확대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하나만 실천해보자. 만나는 상대방이 ‘얼굴 좋네요’라고 말해주면 반나절 이상 기분이 좋다. 사람들을 만날 때 ‘얼굴 좋아지셨어요’, ‘오늘 얼굴이 좋으시네요’라고 해주자. 상대방에게 주는 복이다. 그 복은 내게 또 돌아온다. 노후에는 플라세보가 자산이 된다.

대표이사/발행인 : 이영섭

|

편집인 : 채원배

|

편집국장 : 김기성

|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종로 47 (공평동,SC빌딩17층)

|

사업자등록번호 : 101-86-62870

|

고충처리인 : 김성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병길

|

통신판매업신고 : 서울종로 0676호

|

등록일 : 2011. 05. 26

|

제호 : 뉴스1코리아(읽기: 뉴스원코리아)

|

대표 전화 : 02-397-7000

|

대표 이메일 : webmaster@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사용 및 재배포, AI학습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