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진성훈 기자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실권자로 부상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5일(현지시간) 유럽과 미국이 "무관세로 나아가 실질적으로 자유무역지대(free trade zone)를 형성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머스크는 이날 이탈리아 극우 정당인 리그당의 행사에 화상연설로 참여해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전 세계 수입품을 상대로 10% 기본관세를 부과하고, 이중 약 60개국에는 최대 50%에 이르는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머스크가 언급한 유럽연합(EU)에는 20%가 부과돼 유럽과 미국 간 무역전쟁 기운이 고조되고 있는 상태여서,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직접적인 불만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머스크는 이어 미국과 유럽 간에 "매우 밀접한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또한 유럽과 북미 간에 "사람들이 더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집권 당시에도 머스크는 미국과 영국 간의 "관세가 전혀 없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유럽에 대한 경멸적인 태도와 대조적"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EU가 미국을 '뜯어먹기'(screw) 위해 창설되었다고 주장했다"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리그당을 비롯해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 등 유럽의 극우 정당들을 적극 지지·지원하고, 이민의 위험성을 강력 경고하는 등 유럽 각국 내부 정치에 대한 선을 넘는 개입으로 각국 정부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아울러 머스크는 이날 고율 관세 정책을 주도하는 트럼프의 참모로 알려진 백악관의 피터 나바로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을 향해서도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4일 오전 소셜미디어 엑스(X)의 한 사용자가 나바로의 관세 정책을 옹호하는 글을 올리며 그가 하버드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에 머스크는 이튿날인 5일 일찍 댓글을 달아 "하버드 경제학 박사를 갖고 있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라 나쁜 것"이라며 "그 때문에 두뇌보다 자존심만 더 내세우게(more ego than brains) 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X 사용자가 나바로가 무역에 대해 옳다고 방어하자, 머스크는 "그는 아무것도 만들어 본 적이 없다"고 응수했다.
최근 머스크가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대해 보인 일련의 언행들은 머스크와 트럼프의 동행이 끝나가고 있음을 의미할 수도 있다.
트럼프는 최근 기자들에게 머스크가 "환상적인 일을 하고 있다"고 거듭 추켜세우면서도 "일론은 일정 기간 (행정부에) 머문 후에 다시 자신의 사업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머스크가 얼마나 더 오래 머물 예정이냐'는 질문에 "몇 달 정도일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에 130일의 특별 공무원 연간 직무 수행일이 끝나는 5월 말 전에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를 떠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내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테슬라 공장을 운영하는 것을 비롯해 다수의 기업을 이끄는 머스크로서는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에 따른 글로벌 무역전쟁이 격화할 경우 직접적인 피해가 불가피하다.
악시오스는 "머스크가 피하려 했던 관세 논쟁에 뛰어들면서, 미국의 글로벌 무역 재편 노력에 더 큰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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