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주력' 車·반도체·철강 25%…트럼프 관세폭풍 3월부터 현실화

철강·알루미늄 내달 12일부터 25% 관세…4월 2일부터는 '상호관세' 부과
자동차·반도체도 4월 예고…"베트남 등 韓 생산기지 국가 겨누면 설상가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에서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에서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이어 자동차와 반도체, 의약품 등에 25%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이 메가톤급으로 커질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4월 2일 부과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던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자동차에 대해 25% 정도의 관세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는 한편 반도체, 의약품에도 25% 또는 그보다 높은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자동차·반도체·철강 등 韓수출주력 품목 모두 25% 관세

현재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 각서, 포고문과 관련 언급을 종합하면 한국이 처음 맞이하게 될 트럼프발 관세는 오는 3월 12일부터 부과할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지난 10일 수입 철강 관세를 자신이 첫 임기 시절인 2018년 부과했던 25%로 되돌리고, 알루미늄은 10%에서 25%로 올리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한국은 2018년 당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연계한 재협상으로 수출물량을 직전 3년(2015~2017년)의 평균의 70%로 제한하는 대신 관세를 면제받아왔다. 이번에 한국산 철강은 다시 25%의 관세를 적용받으면서, 미국 내 철강기업과의 가격 경쟁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해졌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미국은 일본, 인도 다음의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 철강의 3대 수출 시장이다. 미국은 철강 자체 생산보다 수요가 많은 철강 순수입국이라 늘 공급이 부족한데, 25% 관세로 수입 철강 가격이 오르면 부담을 느낀 미국 제조기업들이 당분간 수입 물량을 줄일 수 있다.

이어 4월에는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에 대한 25% 이상의 관세에 더해 '상호관세'까지 예고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러라고에서 이들 품목에 대한 관세율을 25%나 그 이상이라고 처음 밝혔는데, 자동차는 한국의 대미 수출품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27.2%)을 차지하고, 반도체는 3위 품목이어서 수출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전체 자동차 수출액 708억 달러 중 대미 수출액은 347억 달러로 49.1%를 차지했다. 또 대미 반도체 수출은 103억 달러로 자동차, 일반기계에 이어 대미 수출 품목 중 3번째를 차지한다.

자동차와 반도체 두 개 품목 수출액이 전체 대미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의약품은 미국, 유럽 등의 글로벌 제약기업의 위탁생산 수주 물량을 바탕으로 2024년 수출액이 22% 증가한 96억 달러를 기록한 수출성장산업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처럼 국가안보와 자국 산업보호 등을 앞세워, 자동차·반도체·의약품 등에 '예외 없는' 25%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의 대미 수출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본문 이미지 - 지난 14일 오후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차량이 주차되어 있다. 2025.2.14/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지난 14일 오후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차량이 주차되어 있다. 2025.2.14/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품목별 관세에 '상호관세'까지…韓생산기지 베트남까지 겨냥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들 중 일부가 연락을 해왔고, 우리의 관세·세금·인센티브를 통해 경제적으로 취하고 있는 조치 때문에 미국으로 돌아오고 싶어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제 큰 기업들이 돌아올 것이며, 반도체와 자동차, 기타 다양한 분야 대기업을 발표할 것"이라고 했는데, 구체적인 기업명을 밝히진 않았다. 관세 효과로 해외에 생산기지를 둔 기업이 되돌아오는 '리쇼어링'이나 외국 기업의 대미 투자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의 경우 대미 그린필드(생산시설 건설 직접투자방식) 투자가 2023년 215억 달러, 2024년 11월까지 367억 달러로 2년 연속 1위일 정도로 적잖은 투자를 단행해 온 만큼 추가적인 대미 투자 여력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차(005380),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LG에너지솔루션(373220) 등 자동차·반도체를 생산하거나 자동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주요 대미 투자 기업인데,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재검토 방침으로 보조금마저 깎일 처지다.

정부가 협상력을 발휘해야 할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무정지돼 구속 수감 중인 것도 악재다.

상대국이 보복관세로 맞불을 놓으며 글로벌 관세전쟁이 격화할 경우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한 후 수출하는 한국 기업의 특성상 공급망 확보에 적지 않은 차질도 우려된다.

특히 상호관세는 미국 입장에서 적자 규모가 큰 국가들을 우선 대상으로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난해 기준 중국(2954억 달러), 멕시코(1718억 달러), 베트남(1235억 달러), 아일랜드(867억 달러), 독일(848억 달러), 대만(739억 달러), 일본(685억 달러)에 이어 한국은 660억 달러로 8번째로 적자 규모가 큰 무역 상대국이다.

더구나 한국 기업이 적극적으로 생산기지를 건설한 멕시코, 베트남에 대한 관세가 본격화할 경우 한국 수출은 직간접적으로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한 반도체 대기업 관계자는 "상호관세의 경우 상대국가의 환율이나 세금, 비관세 무역장벽 등을 두루 고려할 텐데 주로 대미 주요 무역흑자국을 대상으로 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이 최근 집중적으로 생산기지를 건설한 베트남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한국의 피해는 더욱 커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본문 이미지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상호관세 메모에 서명한 가운데,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옆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상호관세 메모에 서명한 가운데,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옆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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