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모든 국가를 상대로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하면서 석유파동급 공급 충격을 가해 세계 최대 경제국 미국을 침체로 몰아넣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통해 미국 제조업 부활을 약속했지만 트럼프의 희망대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기 쉽지 않다.
트럼프는 2일(현지시간) 모든 국가들이 미국에 수출하는 제품에 기본적으로 10% 관세를 부과하고 무역 불균형이 가장 큰 약 60개 국가에 대해 그보다 높은 최대 50%의 관세를 매기면서 미국의 황금기를 약속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관세 전쟁을 격화시키고 미국 경기침체를 유발하며 트럼프의 정치적 자충수가 될 수 있다. 관세 불안으로 트럼프 지지율은 1월 중순 취임 이후 최저로 내려왔고 집권 공화당 내부에서도 소수지만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트럼프가 원하는 방식으로 전세계 공급망을 재편하고 미국으로 공장 이전에 필요한 비용을 감안할 때 미국 제조업의 부활이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진단했다.
WSJ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통해 '세계화 시대의 종말'을 고했다며 현재 첨단 기술 중심의 미국 제조업이 해외에서 저렴하게 조달했던 원재료와 부품을 국내에서 당장 구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무역 전쟁이 격화할 위험 속에서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며 미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 성장이 저해할 위험이 커진다. 당장 관세로 공급망이 다시 불안해지며 인플레이션이 재발할 수 있다.
미국 소비자들은 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수많은 생필품을 구입하기 위해 지금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자동차라고 해도 주요 부품을 해외에서 들여와야 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일정 부분 가격 인상 압박이 불가피하다.
WSJ은 "미국 소비자와 기업은 분명 더 큰 비용을 떠안아야 할 것"이라며 "자동차 가격은 수천 달러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소비자들의 부(wealth)를 기업 그리고 관세 장벽 뒤에서 보호받는 노동자들에게 이전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트럼프의 관세가 과거 석유 파동과 같은 형태의 경제적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머스는 블룸버그TV에서 관세인상으로 물가가 오르고 고용 및 투자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인상으로 미국 국내 생산업체들의 경쟁력이 저하하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미국 신발 유통업체 및 소매업체의 사장 겸 최고 경영자인 매트 프리스트는 뉴욕타임스(NYT)에 "이것은 미국 가정에 치명적인 일"이라며 "이러한 광범위한 관세는 비용을 증가시키고 제품 품질을 저하하며 소비자 신뢰를 약화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전국소매업연맹도 성명에서 관세가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게 더 많은 불안과 불확실성을 안겨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예상보다 공격적 관세에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 픽셋 자산운용의 수석 전략가인 루카 파올리니는 "해방의 날은 보복의 날로 이어질 것"이라며 "광범위한 관세로 인해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무디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크 잔디는 USA투데이에 "이는 정말 큰 관세이며, 완전히 시행된다면 경제를 도랑(ditch)으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복관세로 수출에 타격을 입을 미국 기업들은 이를 수출가격 인하로 감수하거나 인력 구조조정 등을 통해 비용을 줄여야 한다. 반대로 원자재 수입 가격이 오르면 이를 미국 내 판매 가격에 전가하거나, 이를 피하려면 비용 절감으로 자체 해결해야 한다.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연은)의 토마스 바킨 총재는 관세로 인해 기업이 가격 인상 대신 비용 절감에 나서면 노동시장에 위험을 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경기침체는 트럼프에 대한 공화당의 지지기반을 흔들 수 있다. 이날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4명은 캐나다에 대한 관세에 반대하는 민주당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켄터키)은 "관세는 끔찍한 실수"라며 "관세는 효과가 없고,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일부 의원들의 반기가 트럼프의 관세 의지를 꺾기는 힘들다. 하지만 앞으로 몇 달 동안 감세 연장을 포함한 의제를 추진하려면 거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공화당 지지가 필요하다.
트럼프의 관세에 대한 혼란은 미국 소비자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경제에 대한 트럼프의 지지율도 떨어뜨리는 데 일조했다. 이날 공개된 로이터 입소스 여론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지지율은 43%로 1월 20일 취임 이후 최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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