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히는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이 투옥되며 튀르키예가 독재 정권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튀르키예 당국은 경찰이 이날 언론인 등을 포함해 1400명 이상을 구금했다고 밝혔다. AFP소속 사진 기자인 야신 악굴도 시위를 취재했다는 이유로 체포된 것으로 전해진다.
시위는 대체로 평화롭게 진행됐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경찰이 물대포와 최루가스를 사용하는 등 충돌이 있었다.
반정부 시위는 지난주 이마모을루 시장이 체포된 이후 이스탄불에서 시작됐으며, 이후 튀르키예 81개 주(州) 중 55개 이상으로 확산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시위를 비난하며 "정부는 "파괴 행위나 거리 테러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공공질서를 방해하는 일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튀르키예 정치권이 대선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이마모을루 시장을 비롯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치적 반대자들이 연이어 정치적 공격을 받는 상황이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지난해 3월 지방선거 당시 테러조직으로 지정된 쿠르드족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연계된 인민민주회의(HDK)와 동맹을 맺은 혐의로 전날 체포됐다. 검찰은 또 이마모을루 시장이 사업가들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마모을루 시장은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 내부 경선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될 것이 유력하지만, 사법 리스크 등으로 후보직에 오를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태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18일 모교인 이스탄불 대학으로부터 학위도 취소당했다. 튀르키예에서는 학부 학위가 없으면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이스탄불 법원은 전날 이마모을루 시장에 대한 구금을 연장하기로 결정했고, 이마모을루 시장은 "상상할 수 없는 비난과 중상모략"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3~2014년 의원내각제 시절 총리를 지냈고, 2014년 첫 직선제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2019년, 2023년 재선에 성공하며 22년째 장기 집권 중이다.
튀르키예 헌법상 중임 대통령이 조기 대선으로 재임에 성공할 경우 임기를 한 차례 더 연장할 수 있는데, 임기가 2028년까지인 에르도안 대통령이 조기 대선을 치르면 2033년까지 약 30년간 집권하게 된다.
프랑스 국제전략관계연구소(IRIS)의 부소장인 디디에 빌리온은 "아직 독재는 아니지만 독재가 되어 가는 길에 있다"며 "정부의 억압적 행보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아슬리 아이딘타스바스 연구원도 "이란이나 러시아 같은 시스템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싱크탱크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마크 페이리니 수석 연구원 역시 "시위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고, 억압은 불가피하게 증가할 것"이라며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파괴적일 것이며 이 모든 것은 에르도안의 이미지를 급격히 추락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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