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히는 에크롬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이 전날 대학 학위를 취소당한 데 이어 구금됐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 정부는 부패 혐의에 대한 조사를 명분으로 이날 이마모을루 시장과 100여명의 기자, 사업가 등에 대한 구금을 명령했다.
이마모을루 시장의 미디어 보좌관은 이날 오전 사회관계망(SNS) 엑스(X)에 자신이 이유를 고지받지 못한 채 구금돼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이마모을루 시장도 X에 "수백명에 이르는 경찰이 내 집 앞에 모여있다"며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똑바로 서서 버티겠다"고 전했다.
AFP에 따르면 이마모을루 시장은 현재 경찰청에 구금됐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전날 모교인 이스탄불 대학으로부터 학위도 취소당했다. 튀르키예에서는 학부 학위가 없으면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항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은 조만간 당내 경선을 치를 예정인데, 이마모을루 시장이 후보로 선출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
튀르키예 헌법은 대통령에게 단 두 번의 임기만 허용한다. 다음 대선은 2028년 5월 예정돼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 날짜 이후에도 권력을 유지하는 방법은 있다. 의회에 조기 선거를 실시하도록 촉구해 이를 통해 현재 임기 만료 전에 한 번 더 출마할 수 있다.
최근 튀르키예 정치권이 대선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이마모을루 시장을 비롯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치적 반대자들이 연이어 정치적 공격을 받는 상황이다.
세다 데미랄프 이스탄불 이식대학교 국제관계학과장은 "이마모을루 시장의 학위 취소는 튀르키예의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또 다른 분기점"이라며 "야권 내 다양한 세력들이 이를 매우 위협적인 움직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탄불 대학은 시장의 학위를 취소하며 1990년 당시 38명이 자대 경영학부 영어 프로그램에 "비정상적"으로 편입했으며 이들 중 28명의 학위에 "명백한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정부 당국이 이마모을루 시장의 학위에 대한 공문서 위조 혐의조사에도 착수했다.
이마모을루 시장의 변호인인 메흐메트 펠리반 변호사는 지난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마모을루 시장의 학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전날 학위 무효화 이후 X에 "대학 이사회는 이러한 결정을 내릴 권한이 없으며, 해당 조치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3년 총리로 집권한 이후 2014년 대통령이 되었으며, 2017년 개헌으로 튀르키예의 정치체제를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중심제로 전환했다. 2023년 재선에 성공하며 사실상 20년 넘게 집권하고 있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최근 에르도안 대통령의 대항마를 자처하며 정권을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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