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튀르키예에서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이 구속된 이후 그가 속한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 대선 경선에 1500만 명이 참여하는 등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정권을 향한 항의가 거세지고 있다고 AFP통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대항마로 꼽히던 이마모을루 시장은 지난해 3월 지방선거 때 테러조직으로 지정된 쿠르드족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연계된 인민민주회의(HDK)와 동맹을 맺은 혐의로 지난 19일 체포됐다.
18일에는 모교인 이스탄불 대학으로부터 학위도 취소당했다. 튀르키예에서는 학부 학위가 없으면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CHP 당내 경선에서 이마모을루 시장이 대선 후보로 선출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일들이 벌어졌다.
튀르키예 검찰이 테러 연루라는 혐의점을 제시했으나, 야권과 튀르키예 시민 사회는 이번 조치를 에르도안 대통령 통치 하에 진행돼온 정치적 탄압의 일환으로 보고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3년 총리로 집권한 이후 2014년 대통령이 되었으며, 2017년 개헌으로 튀르키예의 정치체제를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중심제로 전환했다. 2023년 재선에 성공하며 사실상 20년 넘게 집권하고 있다.
이마모을루 시장이 체포된 이후, CHP는 170만 명의 당원뿐 아니라 유권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당내 대선 경선을 개방했다. 이날 치뤄진 정권에 대한 신임투표 성격의 경선에는 약 1500만 명이 참여했으며, 투표를 주관한 이스탄불 시청에 따르면 이 중 1320만 명이 비당원이었다. 튀르키예 총 인구는 8750만 명이다.
CHP는 예상 밖의 인파에 투표 종료 시간을 기존 오후 5시에서 오후 8시 30분으로 3시간 30분 연장해야 했다고 전했다.
투표장에 나온 29살의 페르하트 씨는 "에르도안의 정적들은 언제나 감옥에 갇힌다"며 "튀르키예에는 지금 독재정권이 있다. 이름만 정치일 뿐 실상은 독재"라고 비판했다.
이스탄불 시청에서 투표에 나선 카드리예 세빔 씨는 "우리는 우리 시장을 지지하기 위해 모였다"고 알렸다.
앙카라에서 투표에 나선 뉘르칸 카바치오글루 씨는 "절망이 아니라 잠시의 실망이 있을 뿐"이라며 "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아슬리한 씨도 "근 10년 만에 일어난 최대 시위"라며 "한동안 모두 체념에 젖어 있었는데. 이번에 일어난 부정과 그에 대한 대규모 시위가 오히려 튀르키예인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모을루 시장 체포 이후 튀르키예 전역에서는 거센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현지 경찰은 최루탄·고무탄을 발사하는 등 강경 진압에 나섰다.
alicemunr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