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에 여행을 갔다 병산서원에서 봤던 낙동강이 잊히질 않아요. 그곳 가까이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는 모습을 보고 기부하기로 결심했죠."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지난해 9월 경북 안동 병산서원과 하회마을에 방문했다는 이지현 씨(29)는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산불 관련 보도를 보고 최전선에서 화마와 싸우는 소방관과 특수진화대원을 위해 30만 원을 기부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경북·경남 일대 동시다발 산불로 역대 최악의 피해가 발생하고 소방관의 열악한 환경이 전해지면서 시민들이 국가 재난을 극복하기 위한 기부에 나서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기부 인증'이 잇따르며 온정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2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28일) 기준 전국 동시다발 산불 관련 모금에는 카카오 같이가치를 통해 90억여 원, 네이버 해피빈을 통해 99억여 원이 모였다. 기부 참여자는 카카오 같이가치 166만여 명, 네이버 해피빈 34만 6857명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기부증서'를 공유하는 인증샷 게시물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카카오 같이가치는 기부를 하면 '기부증서'를 메신저 플랫폼 카카오톡으로 보내주는데, 시민들은 이 증서를 다운로드받아 SNS에 올리며 다른 이들의 기부를 독려하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부증서를 SNS에 올린 시민들은 게시글에 "적은 금액이지만 도움이 되면 좋겠다", "역대 산불 중 가장 피해 면적이 커 마음이 아파 참여했다", "고생하시는 소방관분들을 위해 쓰이면 좋겠다"고 썼다.
한 시민은 "작은 용기가 빗방울이 되고, 많은 분이 동참해 비가 돼 무서운 불을 꺼트리길 소망한다"고 적기도 했다.
기부 인증이 또 다른 이들이 기부하도록 독려하는 선순환도 일어나고 있다. 직장인 김혜연 씨(30)는 지인의 기부 인증 글을 보고 30만 원을 기부했다며 "친구가 헤드폰을 사고 싶어 모아뒀던 돈을 '다음에 사지 뭐' 하며 산불 모금에 기부했다고 올린 글을 봤다. 친구처럼 한 번 소비를 참고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밝혔다.
피해지역 지자체를 통해 직접 구호 물품을 전달하고, 기부 방법 안내문을 직접 제작해 SNS에 올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피해지역 지자체에 직접 전화했다고 밝힌 한 시민은 안내문에 "다양한 물품 기부가 이어지고 있어 일부 물품이 중복되고 있다. 지자체 복지정책팀을 통해 필요한 물품인지 확인해달라"고 설명했다.

산불 피해 지역 주문자를 배려한 한 쇼핑몰의 소식도 SNS에서 알려져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지난 26일 엑스(X·옛 트위터) 이용자 A 씨는 "산불 지역에 살고 있는데 '퓨서'에서 문자가 왔길래 뭔가 싶었다. 너무 감동했다. 퓨서 옷 주문해 달라. 이런 문자 처음 받아봤다"며 쇼핑몰 업체인 '퓨서'로부터 온 문자메시지를 공유했다.
업체 측은 "산불로 인해 주소 변경이 필요하진 않을까 해서 연락드렸다"라며 "많이 놀라셨을 텐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구매하신 제품 결제(를) 취소해 무상으로 발송(을) 도와드리겠다"고 안내했다.
또 "추가로 필요하신 생필품이 있으실 경우 하단 문의 게시판에 변경된 주소지와 함께 기재해 주시면 발송 도와드리겠다"고 했다.
한편 산림 당국은 전날 오후 5시 경북 의성을 시작으로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으로 확산한 산불의 주불을 진화했다고 선언했다. 지난 22일 오전 11시 25분 불이 시작된 지 149시간 만이다. 지난 21일 발생한 경남 산청 산불의 경우 진화율은 전날 오후 5시 기준 94%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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