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정비 업계 전반이 요동치고 있다. 여권이 주도권을 잡고 추진했던 여러 재건축 완화 법안들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재건축·재개발사업 촉진에 관한 특례법'(재건축 특례법)은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정비사업 기간을 앞당기고, 재건축 및 재개발 지역의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1.3배까지 높이는 등의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다. 재건축 사업의 신속성과 사업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어 많은 조합들이 법안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회의 법안 심사가 중단되면서 법안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또 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윤 전 대통령이 파면당하면서 법안 추진의 동력을 잃게 됐다.
여야가 재건축 규제 완화의 방향에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식에서 의견 차이를 보여 새 정권에서도 특례법을 둘러싼 진통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용적률 완화 등 여러 혜택이 예상돼 조합 입장에서도 특례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아울러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는 사실상 물거품이 된 것으로 보인다. 재초환은 재건축 이익이 조합원 1인당 8000만 원 이상인 경우 조합원이 이익의 50% 정도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제도다.
지난해 3월부터 시행된 환수제는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주택 공급을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재초환 대상 재건축 단지는 수도권 47곳, 지방 21곳으로 총 68곳에 달한다.
국민의힘이 2022년 국회 1호 법안으로 초과 이익환수제 폐지를 발의했고, 지난해 11월 국회 국토위에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됐다. 하지만 야당은 부동산 과열과 지역 간 형평성 등을 이유로 제도 폐지에 반대해 왔고, 조기 대선 국면까지 열려 사실상 폐지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진다.
서울의 한 재건축추진위 관계자는 "실제로 발생할지 모르는 돈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지금까지는 세금을 낸 사례가 없지만, 실제로 환수제를 적용한다면 잡음이 크게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건설업황 악화에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중견·중소 건설사의 줄도산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사들도 분양에 있어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정국이 안정되지 않으면 사업 부서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며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회사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야당 역시 '주택 공급 부족'이라는 큰 틀에서 공감하고 있어 급격한 정책 전환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한 '재건축 패스트트랙법'과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촉진하기 위한 '노후 계획도시 특별법'은 이미 여야 합의로 국회 문턱을 넘어 시행 중이다.
지난해 연말에는 재건축 동의율 완화(75%→70%)를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다음 달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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