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조현기 박기현 기자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대표직 사퇴 두 달 만에 정계 복귀를 시사했다. 과거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했던 보수 정치인들이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진영의 변방으로 밀려난 점을 볼 때 한 전 대표가 이를 극복하고 여권 유력 대선 주자로 다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전 대표는 전날(16일)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책을 한 권 쓰고 있다. 머지않아 찾아뵙겠다"며 "아직 춥다. 감기 조심하시라"고 적었다.
특히 한 전 대표는 "지난 두 달 동안 많은 분들의 말씀을 경청하고,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고 대표직 사퇴 후 그동안의 소회를 남겼다.
한 전 대표의 등판 시점을 둘러싸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변론이 종결되는 '2말 3초'(2월 말 3월 초)로 예상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특히 한 전 대표가 전날 "머지않았다"고 한 발언으로 등판 시점이 좀 더 앞당겨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윤 대통령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오는 20일을 추가 변론기일로 지정하되, 나머지 증인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이달 말쯤 변론 절차를 종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친한(친한계)계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한 전 대표의 구체적인 정계 복귀 시점이 '2말 3초'(2월 말 3월 초)이고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변론이 종결된 이후냐고 묻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고 답변했다.
친윤(친윤석열)계는 아직 한 전 대표가 복귀할 시점이 아니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전 대표는) 대통령이 탄핵·구속되고 보수가 이렇게 몰락할 계기를 만든 장본인"이라며 "지금은 기지개를 켤 시간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가 조기 대선을 겨냥해 정계 복귀를 선언하면 지난 총선 패배 후 당대표 경선 출마를 위해 조기 복귀한 후 두 번째다.
한 전 대표는 지난해 4·10총선에서 패배한 다음 날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74일 만에 당 대표직에 도전하며 정계에 복귀했다. 한 전 대표는 당내의 여러 견제에도 불구, 7·23 전당대회에서 총득표율 62.8%로 당대표에 선출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현재 한 전 대표가 처한 현실은 총선 직후와 상당히 달라졌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총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한 전 대표가 고군분투한 점이 평가받았다면 계엄과 탄핵 사태를 거치며 당내에 '배신자 프레임'이 등장했다.
한 전 대표가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에서 당과 파열음을 낸 유승민 전 의원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실제 한 전 대표가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를 묻는 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34%),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12%),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홍준표 대구시장·오세훈 서울시장(5%) 순이었다.
여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11% 지지밖에 얻지 못하고 있다. 김문수 장관은 30%였다. 지난 당대표 경선에서 62.8% 지지를 받은 점을 감안하면 지지층 이탈현상이 급속하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 전 대표가 자진 사퇴후 정치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공식적으로 정계 복귀를 선언하면 지금과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친한계 신지호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일 C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한동훈 전 대표가 다시 등판한다면 빠른 속도로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킹메이커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6일 김문수 장관을 향해선 "확장성이 별로 없는 분이라고 본다"고 분석하며 "(한 전 대표가) 등판하면 아마 지지도가 상당히 결집할 것"이라고 한 대표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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