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여야가 탄핵 정국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강성 지지층과 좀처럼 선을 긋지 못하고 있다.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집토끼'를 규합해 세를 키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윤석열 대통령 구속 기소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놓고 연일 거친 공격을 주고받고 있다. 양측의 강성 지지층의 요구를 반영한 이같은 행태는 결국 중도·무당층 표심을 떠나게 만들어 정치 혐오로 이어질 우려가 제기된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난달 15일 다수의 윤 대통령 극렬 지지자가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시설을 훼손하는 일이 발생했다. 연행된 폭력 행위자만 80여 명에 달하는 초유의 사태였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강성 지지자들에 대해 확실하게 선을 긋지 못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입장문을 통해 "폭력에는 단호히 반대한다"면서도 "비통한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며 강성 지지자들을 달랬다.
그에 앞서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9일 '백골단'으로 불리는 반공청년단의 국회소통관 기자회견을 주선하기도 했다.
여권 안팎에서는 여당의 이같은 모습을 두고 "지난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의 학습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강성 지지층의 결집으로 당 지지율이 오르고 있는 만큼, 이같은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다면 조기 대선이 열려도 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여당은 당내 분열을 막지 못하면서 끝내 분당으로 이어졌는데, 그 결과 대선에서 패배했다. 여권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집토끼조차 단속하지 못해 대선에서 크게 졌다"며 "일단 보수 지지층부터 결집을 시켜두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과거 '극우'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여권에서 차기 대선 주자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것도 강성 지지층이 결집하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탄핵 정국에서 지지율이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자, 내부에서 위기감이 감지되고 있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이 구속된 뒤에도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보수진영의 주장이 계속되자 '2차 내란' 프레임으로 맞서고 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행동을 촉구하는 정치 캠페인도 활발하다. 일부 보수 유튜버 등을 내란 선전·선동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는 한편, '민주파출소'를 통해 가짜뉴스 제보를 받는 등 여권을 향한 공세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가 지난달 내란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만큼, 2월 임시국회에서 재표결도 추진할 방침이다.
여야가 집토끼 지키기에 열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누가 '중도층' 지지를 얻느냐에 따라 조기대선의 승패가 갈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선 아직 '조기 대선'이 금기어로 여겨지고 있는 만큼, 민주당이 속도전에서는 더 유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외연 확장을 사실상 선포했는데, 확고한 1위를 조기에 굳히겠다는 의도"라며 "국민의힘은 아직 조기대선을 공식적으로 언급할 수 없으니, 그사이 중도층을 먼저 선점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hy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