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학생들도 서로 감시하는 일상…빡빡한 '생활총화' 실물 공개

학생, 해외 파견 노동자·군인 등 장소 불문하고 작성

본문 이미지 - 북한 학생이 작성한 '생활총화' 사진, (강동완 동아대학교 부산하나센터 센터장 제공)
북한 학생이 작성한 '생활총화' 사진, (강동완 동아대학교 부산하나센터 센터장 제공)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북한의 어린 학생이 자아비판(자기비판)과 호상비판(상호비판)을 기록한 '생활총화' 노트가 공개됐다. 서로 감시해 체제 이탈을 막는 북한의 촘촘한 사상 감시체계가 재차 확인됐다.

강동완 동아대학교 부산하나센터 센터장은 17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탈북민으로부터 공수한 '생활총화' 노트의 실물과 내용을 소개했다.

그는 "아이들이 김일성·김정일이 내린 교시에 따라 살지 못했다는 반성이 주된 내용"이라면서 특히 학급 친구들이 서로를 지적하며 비판하는 내용을 가리켜 "북한의 전형적인 통치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생활총화'는 북한 주민들이 자기가 소속된 당이나 기관, 근로 단체에서 매주, 매월, 매 분기, 연별로 각자의 업무와 공·사생활을 반성하고 상호 비판하는 모임이다. 이러한 모임은 일반적인 회의와 달리 '비판' 과정이 의무적으로 포함돼 북한 당국의 통치 수단으로 활용된다.

자기 자신이 당의 논리에 맞지 않게 살았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드러낼 뿐만 아니라 동료 혹은 이웃의 과오까지 지적해야 한다. 이런 방식은 우리나라의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소학교 때부터 시행된다.

해당 노트를 작성한 학생은 "얼마 남지 않은 6학년 기간에 학습과 조직생활에 잘 참가하는 것은 물론 유화상보위사업에 100% 참가하여 경애하는 김정일 장군님게서 바라시는 그러한 학생으로 더욱 든든히 준비하겠다"라고 노트에 다짐을 적었다.

이어 특정 학우의 이름을 지칭하며 "집이 멀다고 하여 응당 집에 빨리 가야 한다는 생각보다 공부를 하고 가겠다는 생각을 더 앞세우고 열심히 공부해야 하겠습니다"라고 '저격글'을 썼다.

총화노트는 평소 등교하는 날 뿐만 아니라 방학기간, 또 초급단체총회 등에서 나온 안건과 이에 대한 자기반성들로 빼곡히 채워졌다.

본문 이미지 -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가 작성한 '당 생활총화' 사진, (강동완 동아대학교 부산하나센터 센터장 제공)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가 작성한 '당 생활총화' 사진, (강동완 동아대학교 부산하나센터 센터장 제공)

강 교수는 앞서 러시아에 파견된 해외 노동자의 '당 생활총화' 노트를 공수해 공개한 바 있다. 이 노트의 첫 장에는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확립의 10대 원칙'이 나온다.

그중 제8조는 "당과 수령이 안겨준 정치적 생명을 귀중히 간직하며 당의 신임과 배려에 높은 정치적 자각과 사업 실적으로 보답해야 한다"라고 명시하며 노동 실적 올려 당에 대한 충성심을 증명해야함을 생활 원칙으로 삼았다.

앞서 지난 8일(현지 시각)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SOF)은 텔레그램을 통해 전투에서 노획한 북한군 병사의 '월 생활총화' 수첩을 공개하기도 했다.

공개된 수첩에는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였습니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전형적인 '최고지도자 교시'가 적혀 있었다.

이어 "11월 21일 OO 작업 시 러시아의 물품이 있다고 저도 모르게 주머니에 넣는 현상이 나타났다" 등의 자아비판이 이어졌다. 그는 "나의 결함으로 하여 (공화국의) 대외적 관계를 훼손시켰다"면서 "우리 작전적 지휘관 및 보관 대책에 파공(구멍)을 낼 수 있는 엄중한 후과를 초래하게 됐다"는 자책을 적었다.

이처럼 북한 당국은 어린아이들부터 해외 파견 노동자, 군인들에게까지 장소를 불문하고 정치 생활을 강요하며 자신 스스로를 통제하는데 '생활총화'라는 도구를 오랜 기간 활용해 왔다.

본문 이미지 -  북한 병사'의 메모. (SOF 텔레그램 갈무리)
북한 병사'의 메모. (SOF 텔레그램 갈무리)

youmj@news1.kr

대표이사/발행인 : 이영섭

|

편집인 : 채원배

|

편집국장 : 김기성

|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종로 47 (공평동,SC빌딩17층)

|

사업자등록번호 : 101-86-62870

|

고충처리인 : 김성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병길

|

통신판매업신고 : 서울종로 0676호

|

등록일 : 2011. 05. 26

|

제호 : 뉴스1코리아(읽기: 뉴스원코리아)

|

대표 전화 : 02-397-7000

|

대표 이메일 : webmaster@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사용 및 재배포, AI학습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