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상희 박기범 박소은 임세원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호남 방문에 정치권이 대선 출마 가능성과 연계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권한대행 본인이 대선출마에 선을 긋고 있는데도 호남 출신인 데다 보수 주자 가운데 호남 지지율이 가장 높다는 점에서 정치권은 구구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 권한대행은 15일 광주 서구에 위치한 기아 오토랜드 광주공장을 방문해 현장 의견을 청취했다. 최근 미국의 25% 품목 관세 부과로 자동차 수출 차질이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지역경제 현황을 점검하기 위한 행보였다.
그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지난 4월 8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통해 굳건한 한미 동맹 위에서 조선·무역 균형·에너지 등 3대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이를 토대로) 자동차·부품·철강·알루미늄 등 높은 관세를 받고 있는 산업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며 민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국민의힘 경선판을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슈는 한 권한대행의 등판 여부다. 출마 가능성이 90% 이상이라는 관측과, 이미 불출마를 결심했다는 말까지 국민의힘 안팎에서 동시에 흘러나오고 있다.
그는 전날 미국발 관세 정책 대응을 '마지막 소명'이라고 언급했으나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고 있다. 한 권한대행이 결정적 순간까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며 출마를 저울질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여권에선 그를 호남 출신이면서도 진보·보수 정권에서 모두 중용된 인물로 평가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꺾을 수 있는 확장형 카드로 주목하고 있다.
또한 한 권한대행은 권한대행으로 헌정사상 처음 탄핵을 당하고도 복귀한 이력으로, '탄핵 생환 서사'를 쌓으며 보수 지지층에 어필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공직자 이미지가 강했던 그가 헌법재판관 임명 등 결단력을 보이며 성장 서사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한 영남권 중진 의원은 "지금은 경제가 가장 중요하다. 미국과의 관계가 핵심인데,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통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통상 외교 전문가는 한 권한대행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권한대행 체제를 문제 삼는 것은 부당하다"며 "지금은 앞으로 5년 동안 나라를 제대로 끌어갈 사람을 뽑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현 주자들이 이 전 대표를 이길 확실한 그림을 못 보여주고 있어, 당 내부에서 한 권한대행이 의외의 카드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라고 힘을 실었다.
반면 다른 재선 의원은 "외부 인물을 띄우면 기존 주자들은 뭐가 되느냐"며 "우리가 키운 후보로 정권을 가져와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공직 경험은 풍부하지만, 정치를 시작했을 때 얼마만큼 힘이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도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내란대행'이라는 공세를 펴며 "출마하면 오히려 환영"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속내로는 한 권한대행이 보수 진영을 결집시킬 중심축이 될 수 있다는 점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한 권한대행이 나오면 우리로선 (오히려 좋다), 박수 치고 환영한다"며 "헌정질서 파괴 세력 대 헌정질서 수호 세력 프레임으로 잡고 있는데, 한 권한대행은 내란 연장선상에 있는 인물이니 공격하기 쉽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에서도 한 권한대행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지난 11일 한국갤럽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한 권한대행은 2%로 첫 등장했다. 특히 광주/전라 지역 지지율은 한 권한대행이 5%로 보수 주자들 중 가장 높았다.
14일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실시한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선 8.6%의 지지율로 이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이 전 대표와의 양자 대결에서는 27.6%로 격차가 26.6%포인트, 국민의힘 주자 중 격차가 가장 적었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현역 의원 20여 명이 한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신당을 창당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