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도대체 무슨 소리를 들었길래 잠을 자던 여자 친구의 머리를 둔기로 때렸을까.
지난해 7월 9일 오후 A 씨는 연인 B 씨와 새로 이사한 자신의 주거지에서 와인을 나눠 마셨고, 둘은 함께 잠이 들었다.
그런데 다음날인 10일 새벽 5시쯤 A 씨는 갑자기 둔기로 잠을 자던 여자 친구인 B 씨의 머리를 여러 차례 내리쳤다.
이유가 황당하다. 여자 친구가 잠꼬대했는데 다른 남자의 이름을 불렀다는 것이었다.
B 씨는 머리에 둔기를 맞아 피가 났다. 또 A 씨가 내리치는 둔기를 팔로 막으며 손등에도 상처를 입었다.
B 씨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119구급차를 불러달라"고 A 씨에게 부탁했다. 하지만 A 씨는 3시간가량이나 신고하는 척만 했다. 결국 뒤늦게 119에 신고를 했지만 이번에는 "여자 친구가 1층에서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쳤다"고 거짓말까지 했다.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진 B 씨는 의료진에게 자신의 폭행 피해를 알렸고 병원 측은 경찰에 이 사실을 신고했다.
법정에선 처음에 살인미수 혐의를 부인했다. 1심에서 그는 "여자 친구가 잠꼬대로 듣기 싫은 말을 해 겁만 주려고 (둔기로) 어깨를 치려고 했는데 시력이 나빠 머리를 때리게 됐다"고 변명했다. 둔기로 머리를 때린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는 취지다.
1심 재판부는 A 씨의 살인미수 혐의를 유죄로 판단, 징역 5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단단하고 견고한 둔기로 머리를 타격할 경우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고, 머리는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위다"라며 살인의 고의를 인정했다.
이어 "피해자에 대한 증인 신문 과정에서 강압수사 등을 언급하며 2차 가해에 버금가는 피해를 주기도 했다. 다만 범행이 미수에 그친 점, 동종 범죄 전력은 없다는 점을 감안해 형량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A 씨는 항소했다. 형량이 너무 무겁다는 이유에서다. 검찰도 반대의 이유로 항소했다.
A 씨는 2심에선 혐의를 인정했다. A 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반성하는 의미에서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고 했다. 또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고 싶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형사공탁을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형량을 조금이라도 낮춰볼 요량이었다.
2심 재판부인 광주고법 제주 제1형사부는 그러나 지난 9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1심보다 무거운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송오섭 부장판사는 "항소심 재판부는 "살인미수는 그 자체로 엄한 처벌이 필요한 범죄이고,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는 생명에 위협을 받았다"며 "상해 정도와 후유증, 범행 동기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량은 너무 낮아 부당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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