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뉴스1) 강교현 기자 = "여성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어요."
지난 2024년 4월 10일 낮 12시 30분께 전북자치도 전주시 덕진구의 한 대학로 인근 상가 주차장이 경찰차와 구급차로 북적거렸다. 젊은 여성 한 명이 쓰러진 채 발견됐기 때문이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소방의 눈에 비친 여성 B 씨(20대)의 모습은 말 그대로 끔찍했다. 당시 B 씨는 머리에서 피를 흘린 상태였으며, 옷도 벗겨져 있었다. 의식 역시 없었다. B 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경찰은 수사에 착수한 당일 오후 8시 30분께 전주시 완산구의 모처에서 A 씨(29)를 긴급 체포했다. A 씨와 B 씨는 일면식이 없는 사이였다.
경찰 등에 따르면 A 씨의 범행은 성범죄라는 '그릇된 욕망' 때문이었다. 수사기관 조사에서 A 씨는 "여자 생각도 나고 혼자 걸어가는 여자가 있으면 범행하려고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실제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헤어진 A 씨는 자신의 욕망을 풀 대상을 찾아 밤거리를 배회했고, B 씨를 폭행해 기절시킨 뒤 상가 주차장으로 끌고 가 유사 성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후 A 씨는 자리를 떴다. 이에 B 씨는 8시간이 넘는 시간을 최저기온 10도의 날씨 속에서 시멘트 바닥에 방치됐다.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다.
이날 A 씨의 범행 대상이 된 것은 B 씨가 처음이 아니었다. A 씨는 B 씨에게 범행을 저지르기 30분 전인 오전 3시30분쯤에도 또 다른 여성 C 씨(20대)를 폭행했다.
당시 A 씨는 자신의 발소리를 들고 놀라 뒤돌아보는 C 씨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으며, 폭행은 당했지만 쓰러지지 않은 C 씨의 모습에 범행을 포기한 채 달아났다.

조사 결과 A 씨는 16살이었던 지난 2012년 10대 후배를 성폭행하고 상해를 입힌 혐의로 단기 소년원 송치 처분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14년에는 직장 동료를 폭행하고 지갑에서 돈을 빼앗은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19살이었던 2015년에는 초등학교 동창생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려다 미수에 그쳤으며, 같은 해 새벽 시간 버스정류장에 혼자 있던 노인을 습격하는 등 수차례 비슷한 범행을 저질러 처벌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강간 및 살인미수) 등 혐의로 기소돼 법정에 선 A 씨는 "성범죄를 저지르려고 그랬다. 살인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 씨의 범행을 살인에 준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추운 날씨에 오랜 시간 방치돼 자칫 죽음에 이를 수도 있었지만, 피고인은 범행 당시 적절한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범행 흔적을 지우기 위해 입고 있던 옷을 버리기까지 했다"며 "수차례 형사 처벌 전력에도 범행해 재범 위험성이 높은 점, 피해 복구를 위해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점, 피해자들이 엄중한 처벌을 탄원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또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 10년, 신상정보 10년간 공개, 25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명령했다.
검사와 A 씨는 사실오인과 양형부당 등을 사유로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도 원심과 같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살해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당시 무방비 상태의 피해자를 폭행해 기절시킨 뒤 성폭력 범죄까지 저질렀으며, 자신의 범행으로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결과를 인식하고 있어 적어도 살해 의도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된다"며 "과거 비슷한 범행으로 처벌받았음에도 출소한 지 1년 7개월 만에 재차 범행한 점, 당시 피해자가 119구급대원에 의해 구조되지 않았다면 사망 가능성이 매우 컸던 점, 피해자가 여전히 강력한 처벌을 희망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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