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어제는 벚꽃을 원 없이 보고, 오늘은 유채꽃을 원 없이 보네."
전날 내린 봄비가 무색하게 화창한 날씨를 보인 9일 제주 곳곳 관광명소에는 완연한 봄기운을 즐기려는 도민과 관광객으로 붐볐다.
평지에 펼쳐진 다른 꽃밭과 달리 경사면을 따라 각종 봄꽃이 만발해 이색적인 풍경을 선사하는 서귀포시 중문동 엉덩물계곡에도 상춘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관광객들은 산책로 옆으로 총집합한 유채꽃, 복사꽃, 갯무꽃 등 각종 봄꽃을 구경하느라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벚꽃 엔딩'을 앞둔 벚꽃 명소에서는 봄의 절정을 알리는 꽃비가 내렸다. 전국에서 가장 빨리 만개해 봄을 알리는 제주 벚꽃은 이미 지난달 27일 만발했다.

벚꽃나무는 전날 강풍을 동반한 봄비에도 우수수 떨어지지 않고 이날 여전한 분홍빛 꽃잎을 뽐내며 상춘객을 맞았다.
막바지 벚꽃 구경에 나선 이모 씨(29)는 "다음 주말쯤이면 벚꽃이 거의 떨어지지 않을까 해서 오늘 날씨도 좋고 하니 모처럼 나들이를 나왔다"며 "춥지도, 덥지도 않은 딱 우리가 알던 그 봄 날씨"라며 웃었다.
가장 빠르게 봄을 맞은 만큼 대표 꽃 축제는 대부분 막을 내렸지만, 아직 제주의 봄은 남아있다.
동쪽으로는 한라산, 서쪽으로는 국토 최남단 마라도가 보이는 비경을 간직한 가파도에서는 60만㎡의 청보리 물결을 만날 수 있다.
지난 4일 개막한 제14회 가파도 청보리축제는 다음 달 6일까지 열린다. 3월부터 5월 초까지 절정을 이루는 가파도 청보리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높고 푸르게 자라나 해마다 봄이 되면 초록 물결이 섬을 뒤덮어 장관을 이룬다.
이달 말(26~27일)에는 '산에서 나는 소고기'라 불리는 제주 고사리를 주제로 하는 '제29회 한라산 청정 고사리축제'가 예정됐다. 고사리로 유명한 남원읍에서는 청명 이후 열흘 정도 지나면 본격적인 고사리꺾기 철이 된다.
당분간 제주는 완연한 봄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오는 7일부터 9일까지 낮 최고기온은 17~22도로 평년보다 높겠다. 다만 일교차가 10도 내외로 커지면서 건강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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