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개들의 목줄이 불에 타 끊어지면서 간신히 목숨을 구했는데, 집이 전소돼서 돌아갈 곳이 없어졌어요."
개들을 화상 치료 중인 손성일 원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목과 귀 부위의 불에 탄 상처는 꽤 깊었다. 화마가 덮칠 당시 얼마나 무서웠을지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최근 대규모 산불이 발생한 경북 지역에서 구조한 진돗개 2마리가 갈 곳이 없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14일 경기광주 송정동물의료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동물보호단체가 구조한 진돗개 백구 모자 2마리가 화상 치료를 받고 있다.
이 개들은 여느 시골개들처럼 마당에 묶여 살았다. 화마는 집 한 채를 홀랑 태우고 개들이 있는 마당까지 덮쳤다.
개들이 찬 목줄에 불길이 닿아 끊어진 덕분에 목숨은 건졌다. 하지만 얼굴과 전신에 심각한 2~3도 화상을 입었다.
수의사들은 응급 처치 후 염증 치료부터 통증 치료까지 이어갔다. 백구들은 의료진이 자신들의 병을 고쳐주는 것을 알았는지 치료 내내 얌전했다.


의료진은 엑소좀 의료기기 벳이즈로 피부 재생도 진행했다. 유한양행에서 유통하는 벳이즈는 리센스메디컬의 정밀 냉각 기술과 엑소좀 기반 피부 재생 기술이 적용된 동물용 의료기기다. 피부 염증 완화와 조직 재생에 도움이 되며 스테로이드를 사용하지 않고도 피부 재생을 유도한다.
개들은 치료를 받으면서 상태가 호전됐다. 며칠 동안 돌봐준 의료진을 보면 반갑게 꼬리를 흔들 정도로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있다. 낯선 사람을 보면 겁을 내기도 하지만 친해지면 금방 애교를 부린다.
개들은 기특하게도 화상 치료를 잘 받고 있지만 이후가 걱정이다. 함께 살던 가족들이 삶의 터전을 잃어버려 갈 곳이 없어졌기 때문. 병원에서는 집이 전소된 이재민의 사정을 고려해 무상치료를 하고 있지만 개들이 언제까지 이곳에 있게 될지 기약이 없다.
송정동물의료센터 관계자는 "백구 모자는 현재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집이 다 타버려 갈 곳이 없어졌다"며 "애교 많은 백구 모자의 입양처도 찾고 있으니 많은 관심 바란다"고 말했다.[해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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