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가장 주목받는 자리 중 하나는 차기 국방부 장관입니다. 12·3 비상계엄 사태는 군 조직의 의사결정이 공식적, 합법적 절차가 아닌 학연·지연 위주로 구성된 사적 네트워크에 기반할 때 국가와 국민에 얼마나 큰 위협이 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차기 국방부 장관에겐 벌써부터 '진정한 문민 통제 실현'이라는 시대적 사명이 부여된 듯합니다.
군에 대한 문민 통제는 군사 및 국방 정책에 대한 의사 결정이 군과 정치 권력의 상호 견제 하에 진행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군인이 군을 구성하되, 정치 권력이 군이 군사 쿠데타 등으로 자의적으로 권력을 남용할 수 없도록 통제권을 행사하는 구조입니다. 군은 국가와 국민 보호라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며 전문 지식과 실전 경험에 기반해 정치 권력이 올바른 안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반이 돼야 합니다.
한국은 1961년 5·16 군사 쿠데타 이후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문민 통제가 제도적으론 구현됐지만, 실질적으론 정착하진 못했다는 지적을 종종 받아왔습니다. 군사 쿠데타 이후 군 출신이 역대 국방부 장관을 독점하고 있다는 점이 그 근거 중 하나입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현역 군인은 장관 등 국무위원으로 임명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문민 권력의 상징인 장관이 군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이들을 통제할 수 있도록 만들어 둔 최소한의 견제 장치인 셈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선 이를 문민 통제 장치로 활용하기보단, 군 장성 출신의 장관 임명을 방해하는 요소로 취급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서욱,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이 오전에 전역하고 오후에 장관으로 임명된 사례는 문민 통제라는 개념을 지키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국방부 장관 자리를 예비역 장성이 독점하게 되면서, 장관 자리는 국익이 아닌 군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자리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국방부 인사관리 훈령 등에 따르면 대령급 이상 장교의 보직, 주요 전문성 직위의 선발 등은 국방부 장관의 승인 아래 이뤄집니다. 전역 후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아 국방부 장관에 임명된 사람이 현역 시절 자신과 연이 있는 이들로만 군 지휘부를 구성해도 딱히 이를 제지할 방법이 없는 셈입니다.
이는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서 지휘관과 주요 실무자 대부분이 육사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띄고, '충암파', '용현파' 등 '사적 인연'으로 엮였을 것으로 의심되는 소수의, 권한이 막강한 세력이 등장한 이유로도 지목됩니다.
인사권을 쥔 장관의 명령은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12·3 비상계엄 당시 '롯데리아 회동'을 주도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민간인 신분이었음에도 당시 장관이었던 김용현 전 장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군 지휘부에 직접 '명령'을 내린 동향이 확인됐습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군 출신이 아닌 학자, 국방위원회 경험이 풍부한 국회의원 등 민간인을 국방부 장관에 앉혀야 한다는 '문민화' 논의가 최근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 독일 등 문민 통제가 구조와 인식이 잘 자리 잡은 해외 국가들의 경우 군사 안보에 정통한 학자들이나 장관 요직을 두루 거친 전문 정치인이 국방부 장관직을 맡아 수행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과거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은 군 출신 대비 조직 장악력이 떨어지고, 군사 현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 있다는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이런 우려보다 '군이 군을 장악하는' 상황에 대한 걱정이 더 커진 듯합니다.
다만 군의 문제는 시대의 가치, 오늘의 기준에 의해 그 치료법을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여전히 무시할 수 없습니다. 민간인 장관이 우리 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앞으로도 군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만능의 보검'은 아닐 수 있다는 이야깁니다.
우리 군은 지금 '항구적인 치료법'이 아닌 당장의 오류와 상처를 빠르게 바로잡을, 그저 시의적절한 응급 치료법이 필요한 상태가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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