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ㆍ충남=뉴스1) 박찬수 기자 = 현재 산림청 보유 헬기는 대형 7대, 중형 32대, 소형 11대 등 총 50대다.
5000L 이상 대형 기종은 7대뿐이다. 이마저 상당수는 30년 가까이 된 노후 기체다.
대형 헬기의 필요성은 이번 산불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5000L급 육군과 공군의 대형 헬기 CH-47 '치누크'가 100회 가까이 출격하면서 큰 힘이 됐다.
1000∼5000L의 중형 32대 중 KA-32 카모프 헬기는 29대다. 이중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부품 수급이 어려워 8대가 가동되지 않고 있다. 1000L 미만인 소형은 11대다.
따라서 실제 현장에서 효율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중·대형 헬기는 31대에 불과하다.
산림청은 2022년 5만L의 물을 싣는 ‘고정익 항공기’ 도입을 추진했다. 기상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데다 안전상의 문제로 야간산불진화에 투입이 어려운 헬기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공군과 협의도 안 끝난 고정익 항공기 도입 관련 80억 예산을 편성한 산림청은 무책임하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80억원은 항공기에 물탱크를 부착하는 비용이다.
이후 공군은 지난 2024년 물탱크 부착 운용 경험이 없는 데다 전략상 문제 등을 이유로 들며 무산 통보를 했다.
고정익 항공기를 도입한 사례는 있다. 경남도가 지난 2012년 1년간의 임차 계약으로 고정익 항공기(캐나다산 CL-215기종)를 도입한 적 있다. 그러나 이후 고비용과 적은 투입 횟수 등의 이유로 자취를 감췄다.
기상의 영향을 적게 받고 저수 용량이 큰 고정익 항공기(비행기) 도입 논의는 대형 산불 때마다 불거져 나왔다. 그러나 구체적 성과가 나온 적은 없다. 말 잔치만 하다 끝나는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고정익 항공기는 산악 지형에 유리한 헬기와 달리 높은 상공에서 물을 쏟아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정밀 투하 등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또 산불 현장과 가급적 가까운 곳에 이 착륙장 및 취수장이 있어야 효율성이 있다. 국내 산악 환경에 적합한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과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 1대당 2000억 원 수준의 고가인 만큼 550억짜리 대형헬기를 몇 대 더 구입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점차 강해지는 산불의 강도와 발생 빈도를 고려했을 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 견해다.
매일 밤새고 나면 '역주행'한 진화율에 절실함을 느꼈던 것이 야간 진화헬기다.
산림청이 보유한 야간진화헬기는 국산 수리온 헬기 3대다. 수리온 헬기의 경우 탱크에 2000L의 물을 담아 최대 시속 240㎞로 비행할 수 있다. 현재 조종 교육 등을 통해 언제든지 투입할 수 있는 상태다.
그러나 야간진화헬기는 운영에 한계가 있다. 최근처럼 국가적 재난인 산불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동시다발로 발생한 만큼 한 대라도 더 투입해야 하는 주간에 수리온 헬기가 운용되기 때문이다.
일출과 동시에 이륙해 일몰 직전 착륙하는 등 하루 11시간 이상 비행하는 만큼 야간 투입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야간진화헬기는 당일 진화가 가능한 산불에만 적합한 구조이다.
야간에는 주간과 달리 고압송전선과 같은 각종 비행 장애물, 조종사 비행착각 등을 유발하는 위험요소가 산재돼 있다.
반드시 임무 투입 전 주·야간 정찰 비행, 기상조건, 계기비행자격 유지 및 야간투시경(NVG) 착용 비행훈련 이수, 유지 등 안전성 확보를 위한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산림항공본부 야간비행 특별지침에 따르면 야간비행을 위한 기상 조건은 평균풍속 초속10m 이내, 시정 5㎞ 이상, 관측 구름높이(운고) AGL(지표면)에서 600m 이상으로 설정되어 있다.
항공 선진국인 미국도 야간 산불 진화 작업에 헬기를 투입하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최근 2년간 야간 산불이 발생하지 않아 출동한 사례는 없지만 야간 산불 진화에는 언제든지 대응할 수 있도록 훈련이 된 상태"라고 밝혔다.
pcs4200@news1.kr
편집자주 ...사상 최악의 3월 대형 산불은 산림청도 대응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더 이상 기후위기 탓만 할 수 없다. 뉴스1은 총 5회에 걸쳐 산불 진화 체제의 현주소와 산불이 남긴 과제 등을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