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동=뉴스1) 강미영 기자 = 강한 바람을 타고 번진 경남 산청·산불이 인근 마을까지 위협하면서 대피민이 증가하는 가운데 마을에서 키우던 가축과 반려동물들도 불길을 피하고 있다.
26일 하동 옥종면에 난 산불이 전날부터 무섭게 확산하면서 이곳 축산 농가에서는 긴급 대피가 이뤄졌다.
이날 옥종면 고암마을 한 농가에서는 사육 중인 소 100여 마리를 이동시키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대피 중에서 농가 인근 산에서 짙은 연기가 쉴 새 없이 올라오면서 긴장감을 더했다. 축협 직원들은 액비 트럭에 비료 대신 물을 가득 채운 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었다.
트럭당 실을 수 있는 소는 8~10마리 정도로, 모든 소를 옮기려면 장장 3시간 넘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마저도 다행이라는 입장이다.
하동축협 김구형 조합장은 "다행히 옥종면 인근에 빈 축사가 있어서 100마리나 되는 소를 옮길 수 있지, 그렇지 않으면 꼼짝달싹조차 못 한다"고 말했다.
앞서 월횡리 한 염소 농가에 있는 염소 100여 마리는 이미 안전한 곳으로 옮긴 상태다.
김 조합장은 "아직 하동에는 큰 피해가 없는 것이 다행"이라며 "행정 등 유관 기관과 철저히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타는 마음으로 누구보다 소중한 반려동물과 함께 대피한 주민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대피소에서는 반려동물과 같이 생활하는 주민이 있는가 하면, 일부는 부득이하게 근처 울타리에 반려견을 묶어둔 채 먹이와 물을 챙겨주며 돌보고 있었다.
한 관계자는 "반려동물 입실에 대한 별도 제재나 민원은 아직까지 없다. 많은 분이 힘든 상황에서 서로 배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 주민은 "요즘은 반려동물이 가족이나 다름없지 않나. 어려운 시기일수록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하동은 전날인 25일 오후부터 옥종면 인근에서 산불이 재발화하면서 14개 마을 1600여 명이 대피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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