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만원 관중 앞에서 마운드에 오른 고졸 신인 투수가 극도의 긴장감을 이기지 못하고 제구 난조로 경기를 그르치는 경우는 많다.
하지만 LG 트윈스 고졸 신인 투수 김영우(20)는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배짱 두둑하게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공을 던진다. 볼이 거의 없으니, 투구도 시원했다.
2025년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0순위로 LG에 지명된 김영우는 쌍둥이 군단의 미래를 책임질 기대주다.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그는 150㎞대 강속구와 예리한 변화구로 염경엽 감독의 눈도장을 받아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김영우는 쟁쟁한 선배들이 모인 1군 무대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5일 현재 1군 세 경기에 등판해 3이닝 2피안타 3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상당히 고무적인 출발이다.
김영우는 "1군 데뷔전을 치른 뒤 프로 무대에 있다는 걸 더 실감하고 있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각오도 다졌다"고 밝혔다.
인상적인 건 제구다. 스트라이크 비율은 75%(44구 중 스트라이크 33개)에 달했다.

김영우는 이에 대해 "시범경기를 마친 뒤 투수코치님께서 메커니즘 관련 조정해야 할 부분을 짚어주셨다. 또 멘털적인 부분도 크다. 선배님들이 '마운드에 올라가면 잘하려고 생각하지 말고 배운다는 자세로 자신감 있게 던지라'고 조언해줬는데, 그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타자들과 기 싸움에서 주눅 들지 않는 당찬 마음가짐도 공격적인 투구로 이어졌다. 김영우는 "안타를 맞더라도 볼넷은 절대 주기 싫다. 그래서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를 보고 전력으로 공을 던졌다"며 "제구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더 제구가 좋은 투수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좋은 출발에도 중요한 건 '끝맺음'
LG는 탄탄한 마운드를 앞세워 지난달 22일 롯데 자이언츠와 개막전부터 7연승을 질주했다. 선발 투수는 긴 이닝을 책임지고 필승조가 남은 이닝을 책임지면서 김영우의 프로 데뷔는 조금 늦어졌다. 그는 팀의 7번째 경기인 3월 29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을 통해 1군 마운드를 경험했다.
김영우는 "팀이 계속 승리한 것만으로도 기뻤다. 우리 LG가 계속 좋은 성적을 거두는 지도 느낄 수 있었다"며 "첫 등판이 계속 미뤄졌지만 언제든지 나갈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했다. 선배님들이 투구하는 걸 보면서 상황마다 타자와 어떻게 대결해야 할지를 배웠다"고 말했다.
선배들을 찾아가 직접 노하우를 배우기도 했다. 베테랑 불펜 투수 김진성은 포크볼을 알려줬는데, 김영우가 이를 빠르게 익혔다. 김영우는 프로 무대에서 박세혁(NC)을 상대로 처음 포크볼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그는 "선배님들이 변화구 외에도 다양한 조언을 해주신다. 프로야구선수로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경기를 준비하고 생활하는 지도 배웠다"고 했다.

순조롭게 프로 생활을 시작한 김영우는 이제 첫발을 뗐을 뿐이라며 몸을 낮췄다. 그는 "세 경기밖에 등판하지 않았다. 지금 결과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긴 시즌을 어떻게 잘 마무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등판 경기마다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영우는 열정적인 팬들이 응원하는 LG 구단의 선수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다.
그는 "잠실구장 더그아웃에서 만원 관중이 응원하는 걸 봤는데, 어렸을 때 관중석에서 체험했던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소름이 돋았다. 특히 7회초 종료 후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응원가 '포에버 LG'가 울려 퍼지는데 전율을 느꼈다"며 "그런 대단한 홈팬들 앞에서 좋은 투구를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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