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B2B(기업간거래), 가전구독과 웹OS 콘텐츠·광고 사업 등 비하드웨어((Non HW), D2C(소비자 직거래)를 질적성장 영역을 육성하고, 2030년에는 이 영역의 매출 비중이 50%를 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인도와 중동 등 유망 지역에 투자를 확대하고, 신사업도 기존 제품·서비스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기로 했다.
조 대표는 25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제29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올해 사업전략을 발표했다. 기존 가전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수익성과 안정성을 높이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조 대표는 "B2B는 수요와 가격 변동성이 낮은 설루션 사업으로 확장성이 있고, 가전 구독과 웹OS 등 비하드웨어는 제품 판매보다 나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며 "D2C는 매출과 손익 개선 및 브랜드가치 향상의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 분야의 매출 비중은 2021년 29%에서 연평균 19% 성장해 지난해 42%를 기록했다"며 "영업이익 비중도 전체의 71%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B2B 사업의 지난해 매출 비중은 35%로 집계됐고, 비하드웨어와 D2C는 전년 대비 78% 성장했다.
B2B 주력 사업인 냉난방공조(HVAC)와 자동차 부품 매출은 현재 각각 10조 원 규모에서 2030년 20조 원 규모로 확대하고 △상업용 디스플레이 △컴프레셔와 모터 등 핵심 부품의 외부 판매 △스마트팩토리 등 다른 B2B 사업도 확장한다.
조 사장은 "가전 구독은 지난해 50% 이상 성장해 약 2조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며 "4000명 이상의 전담 케어 매니저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LG전자는 인도, 중남미, 중동·아프리카 등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로 대표되는 신흥시장의 사업기회 발굴에도 집중한다. 조 대표는 "인구대국 인도를 비롯해 IT 기업이 몰려드는 중동, AI 데이터센터 등 사업 기회가 발생하는 아시아가 대표적"이라며 "인도는 경제 안정성과 성장성 관점에서 독보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000~4000달러 진입하면 가전보급률이 10~20% 성장하는 변곡점인데, 인도는 2026년부터 1인당 GDP 3000달러에 진입할 것"이라며 "인도 가전 1등에 안주하지 않고 국민 브랜드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LG전자 인도법인은 인도 증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인도 당국으로부터 IPO 예비 승인을 받았고, 올해 상반기 상장 절차가 완료될 전망이다. LG전자는 인도 법인 지분 15%를 매각해 약 2조5000억 원을 조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조 대표는 "기존 신사업은 다소 불확실성이 높아도 과감하게 추진했지만, 시장환경이 빠르게 바뀌는 상황에서 이런 방식으로는 성공을 담보하기 힘들다"며 "제품과 기술 노하우를 기반으로 확장 가능한지, 경쟁사 진입 장벽을 구축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선택과 집중형 신사업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제23기 재무제표 승인 △정관 변경 승인 △비상무이사 권봉석, 사내이사 조주완, 사외이사 류충렬·강성춘 선임 등 상정된 안건이 모두 원안대로 의결됐다.

조 대표는 이날 주총이 끝난 뒤에는 각종 현안에 대한 질문에 답변했다.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멕시코 관세 부과에 대응해 미국 테네시 세탁기·건조기 공장에서 다른 제품을 생산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레이노사(TV), 몬테레이(가전), 라모스(전장) 등 세 곳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조 대표는 "미국 테네시 공장에 냉장고, 오븐 등을 생산할 수 있도록 부지 정비 작업이나 가건물을 올리는 작업을 이미 진행하고 있다"며 "멕시코에 관세가 부과되면 지체 없이 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관세 발효시 멕시코에서 생산하던 미국 수출 물량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른 지역도 미국의 무역 적자 대상국이 돼 관세가 발효되면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할 예정이다.
조 대표는 26일 방한하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와 만남에 대해 "만나서 어느 정도 구체적 협업을 해야 할지 모르지만,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공동 개발과 MS 데이터센터에 LG전자 칠러가 들어가는 건 확인됐다"며 "어느 정도로 들어갈지는 구체적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조 대표는 최근 LG전자가 러시아 모스크바 공장에서 세탁기·냉장고 생산라인의 노후화를 방지하기 위해 재가동한 데 대해 "아직 전쟁이 종료가 안 돼서 조심해서 보고 있다"며 "규제가 해제되면 시작할 수 있다고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 대표는 이날 별세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한국 전자 산업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주셨고, 지난 37년간 회사(삼성전자) 발전을 위해 누구보다 많은 기여를 하신 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참 아쉽게 생각하고 삼성전자 임직원 여러분께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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