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홈플러스에 납품하는 일부 소상공인 및 영세 기업들이 여전히 판매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개시 초반부터 어려운 영세 소상공인부터 순차적으로 변제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하지만 그 주장과 달리 작은 기업임에도 정산을 받지 못해 재정적 어려움에 놓이거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납품을 중단한 사례까지 발생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생활용품을 유통하는 A사는 최근 홈플러스로부터 1월 판대대금 8000만 원을 6월에 변제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홈플러스가 회생절차에 들어가기 전에 생긴 회생채권이다.
A사 관계자는 "소상공인부터 차근차근 변제를 해준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억울하다"며 "1월 판매 대금을 상당 부분 변제했다고 하는데, 우리 업체는 왜 포함이 안 됐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여름 이불·쿠션 등을 판매하는 업체 B사는 이미 홈플러스에 납품할 물량을 정해뒀지만, 홈플러스의 정산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하자 아예 납품을 중단했다.
과거 티몬·위메프(티메프) 미정산 사태로 인해 피해를 본 경험이 있어, 정산금을 떼이느니 손해를 감수하겠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B사는 홈플러스에 납품하기로 했던 물량 처리를 두고 고심 중이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의 정산 기준이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상공인부터 변제한다지만 매출 규모 순인지, 판매 물량 순인지 명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보니 미정산 업체들의 혼란이 가중된다"고 짚었다.
실제로 같은 육류 유통업체임에도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업체는 1월 판매대금(3월 정산분)을 받았지만, 일부 농민들은 정산이 조금씩 밀리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대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자 22개 농축산단체로 구성된 농축산연합회는 지난 13일 성명을 내고 업계 피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농축산연합회는 "농협 경제지주 도매부를 통한 홈플러스 납품액은 연간 1900억 원에 달한다"라며 "유가공조합과 업체의 경우 최대 100억 원의 납품 대금 정산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홈플러스가 대형 유통사인 '슈퍼갑'이라 영세한 기업일수록 대놓고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 채 속앓이를 하는 경우가 상당수라는 점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정산에 대한 불안함이 커도 향후 홈플러스가 정상화됐을 때 보복을 당하진 않을까 쉬쉬하는 분위기"라며 "영세한 약자들일수록 말하기 더 조심스럽지 않겠냐"고 전했다.
한편 홈플러스 측은 일부 영세업체들의 미정산에 대해 "순차적으로 지급하고 있지만 개별 업체별로 정산 계획이 다 다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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