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머리카락 한 올을 사수하는 것은 인류가 오랫동안 풀지 못한 숙제다. 최근에는 탈모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경구약부터 줄기세포 신약 개발, 심리 상담까지 다양한 치료법이 등장하며 꾸준히 진화해 왔고, 올해만 해도 관련 연구 논문들이 100여 편 넘게 쏟아지고 있다.
탈모(alopecia)란 털이 부분 혹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을 뜻한다. 머리털의 경우 하루에 50~70개는 정상적으로 빠지지만, 100개 이상 과도하게 빠진다면 탈모를 의심할 수 있다. 가장 일반적인 유형은 안드로겐성 탈모인 '남성형 대머리'다. 가장 큰 원인은 유전이다.
27일 뉴스1은 의학데이터베이스인 펍메드(Pubmed)에 (원형)탈모와 치료법을 다룬 논문 50여 건을 분석했다.
가장 대중적인 치료법은 피나스트레리드 성분이 들어있는 경구용 탈모치료제 '프로페시아'와 '아보다트'를 복용하는 것이다. 다만 성분으로 따졌을 때 아보다트는 프로페시아보다 함량이 거의 5배에 달한다. 이 약들은 '대머리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DHT(Dihydrotestosterone) 생성을 억제해 모발이 가늘어지는 과정을 막아줌으로써 원래 굵기로 돌아오게 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미용 피부 과학 학회지(Journal of cosmetic Dermatology) 3월 호에 '피나스테라이드 사용'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경구용 피나스테라이드는 최소 6개월 이상 꾸준히 복용하면 약 90% 환자에서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환자들은 초기에 효과를 크게 봤다는 이유로 복용을 중단하기도 한다.
성욕 감소, 발기 기능 장애 등 부작용은 이미 널리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부작용들도 보고되고 있다. 해당 연구를 주도한 아디티야 K굽타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지난 2006년부터 2023년까지 프로페시아와 아보다트를 먹은 남성형 탈모증의 우울증, 자살위험, 자살 여부를 추적 관찰한 결과, 프로페시아를 복용한 탈모 환자가 자살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는 바르는 약으로 알려진 '미녹시딜(minoxidil)'이다. 두피 혈관을 확장하고, 영양공급을 늘려 모발 성장에 도움을 준다. 주로 국소용 포말제나 액제로 사용한다. 다만 탈모 치료를 위해서는 3~4개월 이상 꾸준히 사용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피부과학회지'(Journal of drugs in dermatology) 12월 호에는 '미녹시딜의 제형을 경구약에서 주사제형으로 바꿔 탈모 부위를 치료해도 효과가 있다는 11개의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탈모치료제 신약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케빈 J 맥엘위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 피부과 교수팀은 이번 달 쥐를 대상으로 유도만능줄기세포(CLips)를 추출하고, 탈모 치료에 성공했다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제대 내막(탯줄 안쪽의 막)에 있는 줄기세포로, 모발 성장을 돕는 미생물이 생성되는 데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탈모 치료를 돕게 된다. 연구진은 "기존 치료제는 호르몬 불균형을 유발한다는 부작용이 있지만, 이 치료제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동일한 수준의 모발 증식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치료법들이 환자 모두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연구진들은 탈모가 생기는 원인이 개개인별로 다른 만큼,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의료진과 상담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연구진들은 탈모 치료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적어도 3~4개월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치료를 중간에 관두지 말라고 강조했다.
약물과 상담이 병행해야 하는 사례도 속속 보고되고 있다. SCI급 국제학술지 2월호에 '큐리어스'(Cureus) 3월 호에 따르면 암나 알로티비 사우디 움알쿠라대학교 교수는 최근 5% 미녹시딜과 심리 상담을 병행해 원형탈모가 방치된 사례를 발표했다. 암나 알로티비 교수는 "원형탈모의 주된 원인은 자가면역 질환이지만, 심리적 스트레스만으로도 원형탈모가 유발되기도 한다"며 "앞으로는 약물과 상담치료가 병행되는 사례가 많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카야 L 커티스 미국 웨일 코넬 의과대학 교수팀이 원형 탈모증 환자 957명과 대조군 3828명을 비교 관찰한 결과 원형 탈모증 환자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비만, 알코올 장애, 불안, 우울증 비율이 더 높았으며, 이를 치료한 결과 원형 탈모증 비율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피부 부속기'(Skin Appendage Disorder) 지난해 12월 호에 게재됐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