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호승 기자 = 전기요금, 인건비에 이어 배달업체 수수료까지 인상되자 프랜차이즈 업계의 배달 메뉴 판매가 인상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배달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배달 메뉴 판매가와 매장 메뉴 판매가를 동일하게 유지할 경우 수익이 크게 줄어 차등 적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이디야커피 점주협의회는 10일 배달 메뉴 판매가와 매장 메뉴 판매가를 이원화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이디야커피 본사에 전달했다.
점주협의회는 판매가 이원화 문제를 놓고 7~9일 가맹점주 협의회 회원 중 단체소통방에 입점해 있는 점주 55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184명 중 178명(96.7%)이 전 메뉴 또는 일부 메뉴의 판매가 인상에 찬성했다.
구체적으로 전 메뉴의 배달 메뉴 판매가를 인상해야 한다는 응답은 32.6%, 베이커리, RTD·RTE 배달판매가를 인상해야 한다는 응답은 64.4%에 달했다.
배달 메뉴 판매가 인상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6명(3.2%)에 불과했다.

협의회가 배달 메뉴 판매가 인상을 요구한 이유는 배달 수수료가 크게 올라 점주들 마진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실제 시장점유율이 70%에 달하는 배달의민족의 기존 요금제인 '울트라콜'(깃발 광고비)은 광고 주소에 깃발을 한 개 꽂는 데 8만 8000원(부가세 포함)이 들었지만 1월 도입한 배민1플러스는 점주가 주문 중개 수수료로 음식값의 6.8%(부가세 제외), 2500~3300원의 배달비를 내야 한다.
배민1플러스를 이용하면 전체 매출액의 6.8%가 주문 중개 수수료로 빠지고 건당 배달비도 점주가 부담해야 해 부담이 크게 늘었다.
배민은 7월 신규 입점 점주들 대상으로 6.8%의 '포장 수수료'도 부과할 예정이다. 기존 점주들은 내년 3월까지 포장 중개 수수료가 유예되지만, 이후 유료화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요기요는 이미 포장 주문에 대해 12.5%의 중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디야커피 본사 측은 점주협의회로부터 설문조사 결과를 전달받고 "배달·매장 판매가 이원화 및 배달판매가 인상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이디야커피 본사 측은 "해당 설문조사 건은 3000여 개의 매장 중 180여 곳 점주들만 참여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한 내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혀 점주들의 배달판매가 인상 요구가 거세질 경우 배달판매가 인상을 검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는 배달 메뉴 판매가를 인상한 만큼 이디야커피도 배달판매가를 인상할 경우 프랜차이즈 업계의 배달 메뉴 판매가 인상 움직임은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파이스 코리아는 4월 15일 메뉴 가격을 인상하면서 배달 메뉴 판매가도 인상한다고 밝혔다. 파파이스는 치킨, 샌드위치 등의 가격은 평균 4% 인상했고 배달 메뉴 판매가는 매장 판매가보다 약 5% 높게 책정했다.
KFC는 3월 19일부터 배달 메뉴 판매가를 인상했다. KFC 메뉴의 매장 판매가는 기존과 동일하지만 배달 메뉴 판매가는 버거 단품은 300원, 치킨은 1조각당 100원씩 올랐고, 사이드메뉴 일부는 100원 인상됐다.
배달 메뉴 판매가를 인상한 프랜차이즈 업체는 파파이스와 KFC 2곳뿐이지만, 배달앱을 사용하는 서울 시내 음식점 10곳 중 6곳은 배달 메뉴 판매가를 매장 판매가보다 높게 책정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배달앱 가격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서울 시내 34개 음식점 중 20개 음식점(58.8%)이 매장 판매가와 배달 메뉴 판매가를 다르게 책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배달 메뉴 판매가 인상 움직임은 확산할 것으로 본다"며 "배달 메뉴 판매가 인상이 확산한다면 배달·매장 판매가 이원화는 미국의 팁처럼 새로운 요금 체계로 정착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yos54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