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정체불명 논문서 시작된 비트코인, '자본주의 꽃' 美서 금융상품으로 우뚝

2008년 정체불명의 논문에서 시작된 비트코인의 역사…16년 만에 제도권 입성
2011년 3000원 불과하던 비트코인…2021년 8000만원까지 올라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2024-01-15 07:50 송고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현 기자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현 기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가 승인되면서 비트코인이 하나의 금융상품으로 자리잡게 됐다. 2008년 모습을 드러낸 비트코인이 16년여 만에 제도권 금융으로 입성한 순간이다.

◇ 2008년 정체불명의 논문에서 시작된 비트코인의 역사
비트코인은 2008년 10월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정체 불명의 인물이 전세계 암호학 전문가들에게 비트코인의 철학과 구조 등의 내용물이 담긴 백서를 돌리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기존 제도권 금융 시스템을 '중앙화'돼 있다고 평가했으며, 이로 인해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에 블록체인상에서 거래장부를 개인 간 거래(P2P)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는 비트코인이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소개했다.
비트코인은 점차 암호학 전문가들로부터 주목받기 시작했고, 최초의 거래는 2010년 5월18일 피자 2판을 1만비트코인(BTC)과 교환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후 사토시 나카모토는 탈중앙화를 지향하기 위해 비트코인 창시자인 자신의 정체까지 숨겼다. 그가 자취를 감추고 나서 그에 대한 정체를 알아내기 위한 여럿 시도들이 있었지만 현재까지도 베일에 가려있다.

◇ 비트코인 100만원 넘어서자 ETF 상품 출시 대상으로 주목

비트코인은 첫 실물 거래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 추세를 그리며 점차 하나의 투자 대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2011년 10월 한 개당 3000원이었던 비트코인은 약 1년 반 만에 100만원선까지 넘기면서 점차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로부터 비트코인을 하나의 펀드 상품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들이 생겨났다. 2013년에는 현 글로벌 거래소 제미니의 공동 창업자인 카메론과 타일러 윙클보스 쌍둥이형제가 SEC에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첫 신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후 그레이스케일 등 유명 투자사들이 비트코인 투자 신탁을 출시했는데, 이후에는 현물 ETF로의 전환을 지속적으로 시도했다. 2013년부터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를 위한 시도들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SEC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에 대한 신뢰가 없다는 이유로 비트코인에 대한 ETF 승인을 거절했다. 기존 제도권 금융에 대한 신뢰 문제를 지적하며 탈중앙성을 지향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에 대해 미 제도권 금융의 중심인 SEC가 이를 곱게 봐주기엔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

2017년 당시 SEC는 윙클보스 형제가 제출한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을 거부했고, 2018년에도 가상자산 거래소 등 거래 환경을 지적하며 두 번째 ETF 신청도 거절했다.

SEC의 완고한 태도에 그레이스케일은 장외시장으로 눈을 돌렸고, 2020년 장외에서 비트코인 펀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2021년 4월 26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찍힌 미국 1달러 지폐와 비트코인의 이미지를 담은 모조품. © AFP=뉴스1 © News1 김지현 기자
2021년 4월 26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찍힌 미국 1달러 지폐와 비트코인의 이미지를 담은 모조품. © AFP=뉴스1 © News1 김지현 기자

◇ 2021년 美서 비트코인 선물 거래 ETF 최초 출시…"캐나다는 현물 ETF 최초 출시"

이 같은 제도권 금융의 자세도 결국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의 급등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자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가상자산이 급등하는 일명 '코인 불장'이 형성된 2021년에는 한화로 비트코인이 8000만원선도 돌파했던 시기였다. 당시 고점이 현재까지도 비트코인의 최고점으로 남아있다.

이 같은 가상자산의 가격 추세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자 SEC는 프로셰어스 비트코인 스트래티지 ETF(BITO)를 승인했다. 이는 미국 시장에서 최초로 승인된 비트코인 선물 ETF다.

이후 미국에서만 비트코인 선물 또는 혼합형 ETF가 9개나 출시됐다.

다만 SEC는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해서는 여전히 완고한 태도를 보였지만, 캐나다에서는 당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되기도 했다. 미국이 우리나라 시간으로 2024년 1월11일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하기 전까진 캐나다가 비트코인 현물 ETF 시장 규모는 20억달러(2조6350억원) 규모로 가장 크다.

업계에서는 미국 내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된다면 약 144억달러(18조9750억원) 규모의 자금이 시장으로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최대 비트코인 현물 ETF 시장을 보유한 캐나다 시장의 7배가 넘는 수치다.

◇ 8000만원선 넘으며 분위기 좋았던 비트코인에 '테라·FTX 사태'가 찬물

2011년 소위 '코인 불장'에 분위기가 좋던 비트코인도 이듬해인 2022년부터 악재를 맞이하기 시작했다. 8000만원선을 넘으며 '비트코인 1억설'이 돌던 때, '테라 루나 사태'가 발생하면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시장에도 '추운 겨울'이 찾아왔다.

당시 테라 루나 사태의 여파로 인해 비트코인의 가격 추락뿐만 아니라 시장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가상자산 담보 대출 서비스 업체인 셀시우스를 비롯해 가상자산을 활용해 다양한 상품 서비스를 출시했던 이들도 '도미노 파산'을 겪게 됐다. 13조원 규모의 암호화폐 헤지펀드인 쓰리애로우즈캐피탈(3AC)도 이 중 하나였다.

이로 인해 비트코인은 그해 2000만원선 초반대까지 급락했다. 가격 하락 이상으로 가상자산에 대한 신뢰도는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당시엔 업계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대한 기대감조차 없었다. 실제 SEC도 그레이스케일을 비롯해 비트와이즈, 스카이브릿지, 피델리티 등 비트코인 현물 ETF를 출시하고자 하는 이들의 신청을 거부하기도 했다. 해당 사건으로 SEC는 그레이스케일로부터 피소하기도 했다.

이후 11월엔 'FTX 사태'로 가상자산 시장의 분위기는 더욱 싸늘해졌다.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떨어지는 일명 '크립토윈터(크립토겨울)'을 겪으면서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에 대한 인식도 이전보다 부정적으로 변했다.

미국 맨해튼에 있는 블랙록 본사. © AFP=뉴스1 © News1 김지현 기자
미국 맨해튼에 있는 블랙록 본사. © AFP=뉴스1 © News1 김지현 기자

◇ 반전의 계기는?…"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비트코인 시장 참여"

지난해 초 하락세를 타던 비트코인 가격에 '반전'이 일어난 것은 세계 최대 가상자산 운용사 블랙록의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였다. 2023년 1월 블랙록은 투자 적격 자산에 비트코인을 포함시키면서 비트코인 시장 진입을 공식화했다.

이에 당시 2000만원 초반대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 가격은 한 달 만에 1000만원가량 오른 3000만원대 초반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6월에는 블랙록이 SEC에 비트코인 현물 ETF를 출시했는데, 이후 가상자산 시장의 분위기가 바뀌었고 여러 자산운용사들이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서를 제출하기 시작했다.

실제 당시 블랙록의 현물 ETF 신청으로 인해 비트코인 가격도 단 3일 만에 15%가량 상승하며 3000만원 중반대에서 4000만원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 7월엔 리플 소송…"시장 상황 개선되며 비트코인 현물 ETF 기대감 ↑"

이후 시장 상황이 더욱 개선된 배경에는 7월 나온 '리플 소송'에 대한 약식 판결 결과가 있다.

가상자산 리플(XRP)의 발행사 리플랩스와 SEC가 리플의 증권성 여부를 두고 벌인 소송에서 미 뉴욕 지방법원이 '일반 투자자를 상대로 리플은 증권이 아니다'라는 약식 판결을 내리면서 가상자산의 분위기는 더욱 좋아졌다.

이로부터 SEC가 그레이스케일과의 소송을 비롯해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자세를 고쳐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왔다.

◇ 그레이스케일의 현물 ETF 전환 신청서 재검토 시작한 SEC, 결국엔 11곳 모두 승인

이후 10월에는 SEC가 앞서 비트코인 현물 ETF 거절로 인해 소송을 진행 중이던 그레이스케일 사건으로부터 법원의 판결에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신청서를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결국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라는 기대감까지 나왔다.

다만 이후 SEC는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승인 결정 기한을 계속해서 미루면서 업계에서도 이전보다 다소 의견이 분분해지기도 했다. 결국 2023년 내 비트코인 현물 ETF가 미국 시장에서 모습을 드러내진 못했다.

그러나 2024년 1월 초부터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신청한 자산운용사들과 관련 회의를 꾸리는 등 적극적으로 소통하자 다시 출시 기대감은 커졌고, 실제 승인 결정 마감 기한도 이달 11일이었기 때문에, 이달 안에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결국 1월11일 승인 결정 마감 기한에 맞춰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공식적으로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미국 시장에도 비트코인 현물 ETF가 등장했으며, 거래는 다음날인 12일부터 시작됐다.


mine124@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