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유럽연합(EU)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폭탄에 맞설 더 많은 보복책이 있다고 경고하면서 일명 '무역 바주카포'로 미국의 서비스 부문을 집중 포화하고 나설지 주목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직후 성명을 통해 "협상이 실패할 경우 우리 이익과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추가적인 맞조치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EU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전쟁에 대응할 '많은 카드'가 있다고 강조해 왔다. 이 과정에서 기존처럼 미국산 상품에 비슷한 관세를 매기는 방식을 넘어 미국의 서비스 부문을 겨냥하는 새로운 맞불 책을 시사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지난 20일 유럽의회 연설에서 "유럽은 무역에서 기술, 시장 규모에 이르기까지 많은 카드를 지녔다. 모든 수단이 준비됐다"면서 "우리는 상품과 서비스의 무역 균형을 놓고 노력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압박에 유럽이 통상 분야에서 보유한 가장 강력한 무기를 들고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EU가 2023년 발효한 '반 강압 수단'(ACI) 은 제3국의 경제적 강압이 있을 때 연합과 회원국을 보호하기 위한 대응책을 말한다.
관세 부과를 비롯해 서비스 분야 및 지식재산권 관련 무역 제한, 외국인 직접투자와 공공 조달 접근권 제한 등 강력한 보복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무역 바주카포'라는 별칭이 붙었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상호관세에 맞서 EU가 ACI 바주카포 배치를 고려하고 있다며, 중국 대응 용도로 마련했다가 결코 사용된 적 없는 ACI가 미국과 협상이 어그러질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EU가 ACI를 미국 빅테크(거대 기술기업)와 금융기관 공격에 사용할 수 있다"며 최근 몇 주 새 알려진 계획 중 하나는 미국 은행의 EU 공공 조달 시장 접근을 제한하는 '핵 옵션'(가장 강력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유럽 국적자의 미국 기업 투자 제한이나 미국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세금 및 규제 확대도 ACI의 일환으로 거론된다.
EU가 미국에 대해 상품 영역에선 흑자지만 서비스 부문은 큰 적자인 만큼 이 분야에서 미국을 더욱 효과적으로 압박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U 집계에 따르면 미국은 EU와의 서비스 무역에서 1090억 유로(약 176조 원) 흑자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EU와의 상품 무역을 놓고 2360억 달러(약 344조 원) 적자라는 점에 집착하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 역시 지난 1일 EU가 구글, 아마존, 엑스(X) 등 빅테크나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같은 대형 은행 등 미국의 서비스 부문을 표적으로 하는 보복 카드를 살펴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EU가 지난달 미국의 철강· 알루미늄 관세 발표 직후 "훨씬 창의적인 대응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며 미국 은행과 기술기업을 겨냥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가디언은 EU가 미국 은행의 역내 사업 제한,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업체 세금 부과, 미국 기업의 유럽 내 정부입찰 금지, 미국 기업의 지식재산권 제한 등을 행동에 옮길 수 있다고 언급했다.
EU가 본격적으로 미국의 서비스 산업을 때리고 나설 경우 글로벌 무역 전쟁이 심화할 거란 우려도 높다.
폴리티코는 미국이 일반적인 상품 관세를 넘어 비관세 장벽까지 딴지를 걸고 나서자 EU가 더 큰 위험을 감수하려 한다며, 트럼프발 무역 전쟁의 서비스 부문으로 '확전' 가능성을 제기했다.
영국 투자은행 판뮤어 리버럼의 요아힘 클레멘트 전략 책임자는 "상품 관세와 마찬가지로 서비스 관세도 소비자와 기업에 직접적 타격을 준다. 무역 전쟁을 확대할 확실한 방법"이라면서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경기 침체) 불길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NYT에 말했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