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차별 관세 부과에 미중 무역전쟁을 피해 중국을 떠나 다른 나라로 공장을 옮긴 기업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중국에서 동남아 국가 등 다른 나라로 생산 기지를 이전한 기업들이 혼란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주방용품 생산업체인 벨롱 엔터프라이즈는 트럼프 집권 1기 미중 무역 갈등과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중국에 있던 생산 공장을 베트남, 인도, 캄보디아로 다변화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쓰나미'로 동남아를 비롯한 수십 개 국가가 갑자기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이 되면서 발칵 뒤집혔다. 미 백악관이 이후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관세를 90일 일시 유예한다고 발표했지만 충격은 가시지 않았다.
벨롱 엔터프라이즈를 운영하는 제이컵 로스먼은 "(생산공장 다변화 전략으로) 내가 앞서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안전하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혼돈을 조장하는 외교 정책으로는 동남아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다국적 기업들은 최근 몇 년 새 미중 무역 분쟁 심화와 코로나19, 해상 물류 통로인 파나마·수에즈 운하의 운송 차질을 잇달아 겪으며 생산기지 다양화 전략을 도입했다.
생산 공장을 다른 곳으로 분산함으로써 특정 지역에서 문제가 발생할 위험을 최소화하는 전략이었다. 애플, 월마트, 삼성, 나이키 등이 미국의 관세를 피해 중국에서 다른 국가로 생산을 이전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 2일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베트남(46%), 캄보디아(49%), 인도(27%)에도 고율 관세를 때렸다. 동남아에 기반을 둔 업체들은 유예 기간 이후 이들 국가에 대한 관세가 부활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일부 유통업체는 미국의 관세 발표 이후 주문을 연기하거나 관세 완화를 기다리며 완제품을 창고에 보관 조치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한 관세 정책으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어려워졌다는 토로도 이어지고 있다.
물류업체 플렉스포트의 라이언 피터슨 최고경영자(CEO)는 "현 상황에선 공급망에 필요한 장기 계획이 불가능하다"면서 "수많은 기업이 마비 상태에 빠져 안정성을 갈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미국에 공장을 세우는 방안은 말처럼 쉽지 않다. 신규 공장 건설에 드는 비용이 막대한 데다 전 세계에서 수입되는 기계 장비에 대한 관세 부과, 이민 단속 강화에 따른 인력 확보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로스먼은 "대통령은 4년마다 선출한다"며 "공장 건설 비용을 회수하려면 그보다 더 긴 시간이 걸린다. 만약 세상이 또 바뀌면 미국 공장을 어떻게 해야 하나"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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