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선포했지만 믿었던 미국으로부터 관세 폭탄을 얻어맞은 동맹들이 선뜻 미국 편에 서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트럼프의 대중 무역전쟁에 눈감는 동맹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거의 모든 국가에 신규 관세를 부과한 탓에 유럽과 아시아에선 대미 의존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졌다"고 보도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의 전 세계 각국 상호관세 부과 이후 약 70개국과 관세 완화 협상을 진행 중이라면서 이들이 미국과 함께 '하나의 집단'으로 중국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SJ는 "문제는 유럽과 아시아의 파트너들이 미국과의 동맹 관계가 어느 정도로 유지되고 있는 건지 확신하지 못한다는 점"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장기적 적대국과 충실한 동맹을 구분하지 않고 엄청난 관세를 때렸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미국이 중국과 지정학적 패권을 놓고 장기전을 벌이려면 동맹과 파트너들의 지원이 필요하지만 이들은 어느 편도 들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 관세 폭격과 그에 따른 글로벌 시장 혼란은 동맹들 사이에 과연 미국이 의지할 만한 대상이 맞는지 의구심을 더욱 키웠다.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 무임승차론과 친러시아 행보에 이미 혀를 내두르던 상황이었다.
WSJ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에 대한 양보와 안보 협력을 연계해 동맹들을 압박하는 방식이 동맹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매각을 요구하고 있는 덴마크의 예페 코포드 전 외무장관은 "우방과 동맹, 적대국 모두가 존중은커녕 동등하게 대우받고 있다. 모든 게 제로섬 게임이 돼버렸다"면서 "지금은 미친 시대"라고 말했다.
미국의 중국 견제에 동조하던 유럽은 대중 정책 재고를 검토하는 분위기다. 유럽연합(EU)은 전기차 관련 중국과의 무역분쟁 해소를 위한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EU 고위급 인사들이 잇따라 중국을 찾은 가운데 7월에는 베이징에서 EU·중국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의 우방국들에 손을 내밀며 중국이 세계화와 글로벌 무역 체계를 지키는 데 함께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높은 대미 안보 의존도로 미국에 대한 공개적 비판에 소극적인 한국, 일본,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국가들마저 미국과의 우호 관계를 더 이상 당연하게 여길 수 없는 상황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WSJ는 호주처럼 미국과 정치·문화적으로 밀접한 국가들마저 미국과의 관계가 '거래적인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예비역 대령인 저우 보 칭화대학교 선임 연구원은 각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헤징(위험 회피) 전략을 취할 것이라면서 "이제 사람들은 국가가 아니라 사안별로 편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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