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에 이어 유승민 전 의원에 이르기까지 이틀 동안 국민의힘 내 유력 주자이자 중도 주자로 분류되는 두 명이 당내 경선을 포기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중도 후보의 어려움'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는 말이 나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됐음에도 불구하고 당 지지자 다수는 아직까지 윤 전 대통령과의 심리적 연대감을 유지하는 상황이다. 오 시장과 유 전 의원은 찬탄(탄핵 찬성) 주자다.
여기에 중도층을 겨냥한 인물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힘을 실어주는 '한덕수 차출론'까지 제기되자 중도 보수에 소구하는 두 사람이 경선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13일 유승민 전 의원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유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수 대통령이 연속 탄핵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은 제대로 된 반성과 변화의 길을 거부하고 있다"며 "이재명을 상대로 이기겠다는 생각이 정말 조금이라도 있는지 묻는다"고 했다.
경선 규칙은 유 전 의원의 경선 불참에 직접적 원인이 된 것으로 파악되는데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모든 경선 과정에서 당 지지층과 무당층만 응답 대상으로 삼는 '역선택 방지'를 적용하기로 하면서다.
유 전 의원은 역선택 방지 조항 적용은 민심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고 반발해 왔다. 그간 중도 후보들 사이에선 역선택 방지조항이 적용되면 사실상 '당심'(黨心)만 추출되는 만큼 중도 주자들이 선택받을 가능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우려가 나왔었다.
유 전 의원은 "보수의 영토를 중원으로 넓히기는커녕 점점 쪼그라드는 행태가 할 말을 잃게 한다"고 적었다.

오 시장 또한 보수 대권주자들 사이에서 중도층을 흡수할 것으로 예상되며 큰 기대를 받았던 것에 비해 정체된 지지율로 고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소위 반탄(탄핵 반대) 주자들인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나 홍준표 전 대구시장보다 낮은 지지율을 기록했던 터다.
한국갤럽이 지난 8∼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김 전 장관의 지지율이 27%로 가장 높았고 홍 전 시장이 14%로 뒤를 이었다.
이들 사이에서 한동훈 전 대표만이 13%로 선전했을 뿐 오 시장(6%), 안철수 의원(3%), 유 전 의원(1%) 등 다른 중도 후보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기에 최근 당내 '한덕수 대망론'까지 빠르게 부상하는 상황도 이들의 경선 위기감에 불을 당긴 것으로 보인다. 한 권한대행은 당 안팎에서 중도층을 잡을 수 있는 후보로 칭해지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뉴스1에 "이번 대선은 윤 전 대통령 탄핵에서 시작된 만큼 체제 전쟁 성격을 띠고 있다"며 "정책을 앞세우는 중도 주자들은 태생적 한계를 갖고 뛰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한편 유 전 의원의 경우 무소속 출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날 일부 언론에서 유 전 의원의 경선 불출마 입장을 '대선 불출마'로 보도하자 유 전 의원 측은 "페이스북 글 그대로 써주길 바란다"며 여지를 남겼다.
hy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