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원로들 "나쁜 제도와 나쁜 인물 만나 최악 상황…개헌해야"

"현 정국, 대통령제와 양당제의 부정적 측면 증폭"
"권력 구조라도 원포인트 개편해야…현 제도는 갈등 강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인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열린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들이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윤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다. 2025.4.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인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열린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들이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윤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다. 2025.4.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임윤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지 122일만인 4일 파면됐다. 그간 탄핵 정국을 거치며 과격해진 극단의 정치는 비상계엄 사태를 수습해야 할 사법의 영역까지 공격의 대상으로 삼았다. 광장에 모이는 탄핵 찬성·반대 진영의 열기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야는 군중을 흥분시키는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내며 거리에 나섰다. 계엄 이후 상당수 국민의힘 의원들은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각하·기각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매일 국회부터 광화문까지 8.7km가량을 걷는 '윤석열 파면 촉구 도보 행진'을 진행했다.

탄핵 찬성과 반대로 나뉜 정치 유튜버들은 "(윤 대통령은) 수갑에 채워지고 포승줄에 묶여 질질 끌려 나와야 한다", "탄핵이 인용되면 한강이 피로 물드는 내전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등의 극단적인 말들을 내뱉었다.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을 비롯해 여러 도시와 대학에서도 '찬탄'과 '반탄'으로 쪼개졌다.

국가 원로 "여야 협치 경험 부족…나쁜 제도와 나쁜 인물 만나 한계 달해"

국가 원로와 전문가들은 이같은 정국을 놓고 "여야 협치 경험이 부족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대통령제와 양당제의 부정적 측면이 증폭됐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즉, '제왕적 대통령'과 '다수당 독주형 의회' 간 충돌이 이어지면서 정치적 갈등과 혼란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국회의장을 지낸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뉴스1과 통화에서 "여야 정치인들이 협치를 해본 경험이 너무 부족하고 당리당략에만 매몰돼 있어 결국 정치가 실종됐다고 본다"며 "나쁜 제도와 나쁜 인물이 만났을 때 이번 비상계엄 같은 최악의 상황을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은 "현 대한민국 정치 상황은 전쟁 상태를 방불케 한다"며 "민주주의 기본원칙인 '다양성의 원칙'에 대한 이해가 국민과 정치인들에게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한순간의 판단 잘못으로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는 제왕적 대통령의 가능성 때문"이라며 "다수당의 다수결 통과 남발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탄핵안 통과 등 '힘의 논리'가 너무 쉽게 행사된다"고 했다.

한국정당학회장을 지낸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정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정당이나 정치 지도자들이 이렇게 계속 가게 되면 다 같이 공멸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대통령뿐만 아니라 정당들이 오히려 정치적 이익을 위해 양극화에 앞장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시민들이 정치를 어떤 방식으로 처음 접하게 되는지가 매우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유튜브나 SNS에서 익명의 타인들과 댓글 전쟁으로 정치 토론을 대체하는 형태로 가고 있다"며 "이런 것들 역시 정치 토론 문화에 굉장히 심각한 타격을 줬다"고 강조했다.

"의원내각제, 중임제 등 제도 개선 필요, '원포인트'라도 개헌해야"

국가 원로와 전문가 대부분이 동의하는 개헌 문제와 관련해선 주로 권력 구조 개편에 집중하는 '원포인트 개헌' 방향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의회 다수당이 행정부 구성권을 갖는 '의원내각제', 현행 5년 단임 대통령 임기를 1년 줄이는 대신 한 차례 더 할 수 있도록 하는 '대통령 4년 중임제' 등이 언급됐다.

차기 정부가 사회 통합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에 대해 정세균 전 총리는 "제도 개선, 즉 개헌해야 한다"며 "그리고 결국 국민들 역시 좋은 사람들을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정대철 회장은 "지금 같은 5년 단임 대통령제가 이어지면 거의 매년 선거가 열리게 된다"며 "대통령 임기를 4년 중임제로 하고 총선과 시기를 맞춰서 집권 정당과 국회 다수당이 일치하게끔 해서 정치적 안정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선거에서 일정 득표율을 넘지 못하면 상위 1, 2위만 다시 투표하는 방식인 '결선 투표제'도 대안으로 제안됐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정치 제도들은 갈등을 훨씬 더 강화하는 방식이다. 소선거구제 같은 경우 내가 한 표를 더 얻는 것만큼 중요한 게 상대방 표를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결선 투표제를 언급하며 "1차 투표에서 탈락한 사람을 지지한 사람들이 2차 투표에선 나의 지지자가 될 수 있다"며 "상대 후보와 정책적인 동질성 같은 것들도 논의하다 보면 정치적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immun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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