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뉴스1) 윤왕근 한귀섭 기자 = 경북 의성발 화마(火魔)가 메마른 서풍을 타고 동해안 쪽으로 빠른 속도로 번지면서 영덕에 이어 경북 동해안 최북단인 울진까지 위협하고 있다.
화마가 멈추지 않고 북진한다면 그 다음 행선지는 강원 동해안 최남단인 삼척이 될수도 있기에 지자체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산림·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27일 오후 3시 기준 경북 산간인 영양군과 동해안인 영덕군의 진화율은 10%대에 머물고 있다. 불길이 메마른 서풍을 타고 동쪽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현지 기상상황은 더 최악이다. 기상청 등에 따르면 28일 영덕지역에서 최대 초속 15m의 강한 서풍이 불 것으로 예보됐다.
의성산불 엿새째인 이날 경북 동해안에 비 소식이 있지만 겨우 1~5㎜ '찔끔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같은 시간 불길은 울진군 경계까지 14㎞까지 번진 상황이다. 불이 울진군까지 번진다면 바로 인접한 강원 삼척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 2022년 3월 강원 동해안 일대를 휩쓴 대형산불은 울진 북면에서 시작돼 도 경계를 넘어 삼척으로 번졌다. 울진과 삼척 일대엔 원전과 LNG기지 등 주요산업시설이 밀집해 있어 우려가 더욱 크다.
일부 전문가들은 당시 산불로 울진과 삼척 경계 산림이 모두 타버린 상황으로, 강원 동해안을 위협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하고 있기도 하다. 타버린 산림이 오히려 '장거리 방화선'을 만든 격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들은 이 시기 강한 서풍의 영향권 안에 드는 강원 동해안 특성상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우려한다.
채희문 강원대 산림환경과학대학 산림과학부 교수는 "산불은 결국 기후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며 "산불이 발생하면 그 불씨가 10㎞ 이상 날아가기 때문에, 불이 탈 연료의 여부는 크게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바람의 방향이 어떻게 바뀌느냐, 불이 그칠만한 비가 내려주느냐가 관건"이라며 "기상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불이 동해안으로 북상하면서 영덕, 울진과 가장 인접한 삼척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삼척시는 이날 보도자료 등을 통해 산불 예방을 위한 대시민 홍보전에 나선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전국 동시다발 대형 산불로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현재 삼척도 강풍과 건조한 날씨로 인해 산불 발생 위험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영농 부산물이나 쓰레기 소각을 절대 금하고, 야외 활동 시 화기 사용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2005년 대형산불 피해를 본 양양군도 4월 1일부터 5월 18일까지 48일간을 '대형 산불방지 특별대책기간'으로 정하고 산불 예방에 총력 대응하겠단 방침이다.
양양에선 2005년 4월 4일 대형산불로 임야 973㏊가 소실되는 등 394억 원의 재산 피해와 376명에 달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특히 당시 산불로 '천년고찰' 낙산사 전각 대부분이 소실됐었다.
군 관계자는 "산불 예방을 위해선 모든 주민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논밭 두렁 및 영농폐기물 소각을 자제하고, 산림 인근 지역에선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wgjh654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