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똥이 이렇게 무서울줄이야"…영남 산불 진화 투입됐던 인천 소방관

본문 이미지 - 산불현장(인천 계양소방서 김동석 소방위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산불현장(인천 계양소방서 김동석 소방위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인천=뉴스1) 이시명 기자 = 지난달 영남 지역 산불 진화에 투입됐던 인천 계양소방서 소방관의 생생한 화재 진압기가 전해졌다.

7일 계양소방서에 따르면 해당 기고문을 작성한 김동석 소방위는 "17년 동안 근무하면서 국가적 재난에 투입된 경험을 기억으로만 간직하고 싶지 않았다"며 "이 기록을 토대로 다시는 이와 같은 재난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김 소방위는 "소똥 더미에 남아있는 불이 행여 산으로 튀어 불이 번질까 조마조마하며 갈퀴로 긁어냈다"며 "지도 앱 '티맵'으로 소화전을 찾으며 겨우 진화 작업을 마친 이야기를 국민들께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 소방위가 작성한 기고문 전문.

지난 3월 27일 오전 3시쯤 계양소방서에서 경북 영덕으로 향했다. 같은날 오전 9시쯤 전국 각지에서 소방차들이 모여드는 모습을 보며 긴장과 걱정이 교차했다. 현장에 가까워질수록 참혹한 장면들이 눈앞에 펼쳐졌고, 나는 동료들과 임무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첫 출동 목표지는 축사와 가축분뇨 적치장이었다. 축사는 화재로 크게 훼손된 상태였지만, 남은 가축 배설물과 왕겨에서 계속해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더 큰 문제는 산 아래 위치한 가축분뇨 적치물이었다. 강한 바람 속에서 마저 타고 있던 적치물이 언제든 불꽃을 일으켜 산불로 번질 위험이 있는 터다.

3인 1조로 구성된 나와 동료는 물을 뿌리며 갈고리로 적치물을 뒤집는 작업을 반복했고, 다행히 불길이 번지지는 않았다. 티맵을 활용해 방수 중 물이 떨어질 때마다 2명은 현장을 지키고 나머지 1명이 급수 지원을 받으러 이동해야 했다.

본문 이미지 - 화재현장(인천 계양소방서 김동석 소방위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화재현장(인천 계양소방서 김동석 소방위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야간이 되자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 낮에는 보이지 않던 불꽃들이 어둠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나는 또다시 축사 마당에 쌓여 있던 사료용 건초 화재 현장으로 출동했다. 민간 포클레인까지 동원될 정도로 진압이 쉽지 않았다. 나 역시 급수 지원을 위해 끊임없이 현장과 소화전을 오갔다. 좁은 진입로와 짙은 연기 속에서 안전사고의 위험이 컸지만, 모두가 최선을 다해 대응했다. 그렇게 8~9시간의 사투 끝에 겨우 불길을 잡을 수 있었다.

(다음날)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집결지로 복귀했지만, 체력은 한계에 다다랐다. 3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고 다시 출동에 나섰다. 또다시 마주한 것은 대량의 사료용 건초 화재였다. 매캐한 연기로 숨을 쉬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요청한 민간 포클레인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버텨야 했다. 그렇게 아침 8시 58분까지 작업은 이어졌다.

이번 산불로 희생되신 국민과 순직한 박현우 기장 등을 비롯한 공무원과 산불 전문 예방진화대원들께 깊은 위로와 조의를 표한다.

또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소방관, 경찰, 군인, 산불진화대, 자원봉사자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애써주신 것에 깊이 감사드린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본문 이미지 - 인천 계양소방서 김동석 소방위 (본인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인천 계양소방서 김동석 소방위 (본인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see@news1.kr

대표이사/발행인 : 이영섭

|

편집인 : 채원배

|

편집국장 : 김기성

|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종로 47 (공평동,SC빌딩17층)

|

사업자등록번호 : 101-86-62870

|

고충처리인 : 김성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병길

|

통신판매업신고 : 서울종로 0676호

|

등록일 : 2011. 05. 26

|

제호 : 뉴스1코리아(읽기: 뉴스원코리아)

|

대표 전화 : 02-397-7000

|

대표 이메일 : webmaster@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사용 및 재배포, AI학습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