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효과' 기대 부풀었던 정유업계, 이젠 '트럼프 리스크' 울상

사우디 아람코, 5월 판매가 인하…OPEC+ 생산량 3배↑
국제유가 급락에 '재고평가 손실' 우려…"정부 지원책 필요"

본문 이미지 - 원유시추설비(자료사진) ⓒ로이터=News1
원유시추설비(자료사진) ⓒ로이터=News1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국제 유가와 정제마진이 동반 하락하면서 국내 정유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재고 자산 평가 손실로 인해 실적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업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 석유 수요 증가에 따른 실적 개선을 기대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트럼프 리스크'를 걱정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트럼프 의식' 산유국 증산에 경기 침체 우려…유가 폭락

8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업계의 최대 원유 수입처인 사우디 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5월 아시아에 대한 공식판매가격(OSP)을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낮췄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연대체인 OPEC플러스(+)는 5월 원유 생산량을 1일당 41만 1000배럴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는 기존 계획이었던 13만 7000배럴 대비 세 배에 달하는 수치다.

업계는 산유국들의 증산 및 가격 인하 정책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의식한 결과라고 풀이한다.

러시아나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관계 개선을 시도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일종의 화답 차원이라는 것이다. 각국에 대한 관세 부과로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미국 트럼프 정부 입장에선 석유 가격이 안정적일 필요가 있다.

문제는 산유국들의 증산과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가 맞물리면서 유가가 급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의 경우 하루 만에 7% 폭락하며 2021년 4월 이후 처음으로 60달러 밑으로 떨어진 바 있다. 브렌트유와 두바이유 역시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유가 급락하면 영업 손실"…트럼프發 불확실성 우려

원유를 사들여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정유업계 입장에선 원유 가격 하락은 원가 절감 요인이다. 하지만 석유제품 수요가 늘지 않으면 수익성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재고 자산 평가손실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 이전에 쌓아둔 재고자산 평가 손실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들인 원유를 정제해 판매하기까지는 통상 한 달쯤의 시차가 발생한다. 비싸게 사들인 원유를 정제해도 싼값에 판매할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 재고자산 평가 손실로 영업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우려했다.

그간 국내 정유업계는 트럼프 정부의 화석연료 부흥에 기대를 걸어 왔다. 하지만 트럼프발(發)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오히려 경기 침체로 인한 석유 수요 감소를 우려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정유업계는 지난해에도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든 바 있다.

오히려 정책적 불확실성에 따른 '트럼프 리스크'를 걱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에는 캐나다산 원유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로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란 기대도 꺾였다. 최근 트럼프 정부가 각국에 10~49%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면서도 캐나다산을 비롯한 원유에 대해선 이를 면제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도 최근 하락하고 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3월 배럴당 4.05달러 수준에서 4월 4일 기준 1.8달러로 하락했다. 업계는 통상 배럴당 4~5달러의 정제마진을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업황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는 만큼 정유업계는 철강이나 석유화학업계와 비슷한 정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대한석유협회는 원료용 중유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를 면제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1분기 실적도 적자가 대부분일 것 같아서 분위기가 좋지 않은데 2분기 또한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개선의 여지가 없어서 우울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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