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얼빈=뉴스1) 안영준 기자 = 한국에서 중국으로 귀화한 중국 국가대표 쇼트트랙 선수 린샤오쥔(임효준·29)이 한국 대표팀 동료 박지원(29)의 경기를 보며 동기부여를 얻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지원이와 경기장에서는 경쟁자지만 밖에서는 친구"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린샤오쥔은 이번 대회 화제의 중심이었다. 한국 입장에선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간판스타가 중국으로 귀화해 묘한 시선이 있었고, 중국에서는 쇼트트랙 강국에서 건너온 영웅 대접을 받으며 큰 인기를 얻고 있었다.
린샤오쥔은 한국 대표팀 동료와 '성추행 파문'으로 중국을 택했다. 이후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다시 태극마크를 달기는 어려웠다.
린샤오쥔은 이번 대회를 통해 중국 국가대표로서 처음 종합 대회를 나섰는데, 500m 금메달, 1500m 은메달, 남자 계주 5000m 동메달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땄다.
대회 기간 한국 취재진은 물론 중국 등 외신들과도 만나지 않았던 린샤오쥔은 모든 일정을 마친 뒤에야 처음으로 미디어 앞에서 입을 열었다.

그는 "꼭 참석하고 싶었다. 다른 선수들처럼, 나 역시 최선을 다해 이번 대회에 나서고 싶었다"고 짧게 대회를 마친 소감을 전했다.
중국 홈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는 많은 중국 팬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지만 그중에서도 린샤오쥔의 인기는 대단했다.
많은 팬이 린샤오쥔의 이름이 불릴 때마다 함성을 보냈고, 린샤오쥔 개인 응원 문구 플래카드도 수십 개가 내걸렸다.
린샤오쥔은 "많은 팬이 환호해 줘서 고마웠다. 부담감도 컸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메달을 딴 뒤 눈물을 흘린 이유에 대해선 "그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저절로 울컥했다"고 답했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간 린샤오쥔과 한국의 현 에이스 박지원의 대결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눈길을 끈 이슈였다.
동갑내기인 둘은 초등학교 때부터 함께 훈련했고,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다.
앞서 박지원은 린샤오쥔의 500m 금메달을 축하해주면서 "금메달을 얻기까지는 대단한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마땅히 축하를 받아야 한다. 많이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덕담했다.
이를 전해 들은 린샤오쥔 역시 "나 역시 (박)지원이를 보고 동기부여를 얻는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1500m는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동갑인 지원이가 잘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제는 서로 다른 나라를 대표하지만, 둘은 여전히 영향을 주고받는 밀접한 사이다.

이어 린샤오쥔은 "경기장에서는 경쟁자겠지만, 밖에서는 친구다. 나도 (지원이처럼)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한편 린샤오쥔의 시선은 이제 1년 뒤 열릴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을 향한다.
올림픽에서도 박지원 등 한국 선수들과의 대결은 불가피하다.
그는 "올림픽은 나뿐 아니라 모든 선수에게 부담이 큰 무대"라면서 "하던 대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짧게 답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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