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현대건설을 떠나 흥국생명으로 이적, 프로 커리어 첫 이적을 선택한 이다현(24)이 "이기거나 잘 될 때에도 좀처럼 풀리지 않았던 '답'을 찾고 싶었다"고 이적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시즌 프로배구 V리그 FA시장에 나왔던 국가대표 미들블로커 이다현은 지난 22일 흥국생명과 계약했다.
지난 시즌 해외 진출을 시도하다가 뒤늦게 합류, 샐러리캡 여파로 연봉 5000만원 이하의 계약을 했던 이다현은 올해 실력에 어울리지 않는 C그룹으로 FA 자격을 얻었다. 흥국생명뿐 아니라 다양한 구단이 당연히 이다현을 탐냈는데, 이다현의 선택은 확고하게 흥국생명이었다.
새 팀으로의 이적 발표 하루 뒤인 23일, 이다현으로부터 직접 심경과 각오를 들을 수 있었다.

이다현이 흥국생명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복합적이었지만, 그중에서 요시하라 도모코 신임 감독과의 면담이 결정적이었다.
이다현은 "흥국생명과 만나는 날 통역을 끼고 감독님과 1시간 30분 가까이 배구 이야기만 했다. 주변에 다른 관계자들도 많았지만 감독님과 둘만 있는 것처럼 완전 빠져들었다"면서 "이미 나에 대해 다 분석을 하고 오셨고, 그 자리에서 디테일한 조언까지 해주시며 더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도모코 감독과의 대화를 회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다현은 신이 난 듯 했다.
그는 "현대건설에 있을 때에도 A·B속공은 (양)효진 언니를 보고 배운 덕에 기준이 잡혀있었는데, 외발 공격에 대해서는 배경지식이랄까, 개념이 다소 부족했다"고 고백했다. 그런데 도모코 감독의 말을 듣고 시야가 확 트이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도모코 감독은 내 외발 이동 공격의 마지막 스텝이 항상 바깥쪽으로 향해 있다며, 이를 조금 더 정면으로 밀어넣으면 각도도 넓히고 코스 선택지도 많아진다고 조언해주셨다. 블로킹에 대해서도 지금까지와는 완전 다른 피드백을 들었다."

보통 협상(?)을 위한 자리는 그리 길지 않는 게 보통이다. 감독이 영입하려는 선수에게 조언을 하는 자리도 아니다. 하지만 이다현과 도모코 감독은 그 자리에서 곧바로 서로 통했다. 서로를 끌어당기듯 푹 빠졌고, 긴 시간 진심이 담긴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했다.
새로운 변화와 더 큰 도약을 갈망했던 이다현에게는 자신의 장단점을 이미 다 분석하고 조언까지 건넨 '미들블로커 출신' 도모코 감독의 존재가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이다현은 이전 팀 현대건설에서 핵심 선수로 활약했고 정규리그 2회·KOVO컵 1회 우승 등 트로피도 남부럽지 않게 들어올렸다. 베스트7도 2회나 수상하는 등 현 포지션에서 이미 V리그 최고 반열에 올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다현에게는 남에게도 터놓고 말 못할 고민이 있었다.

그는 "물론 현대건설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현대건설에서) 잘 하고 경기를 이겨도, 좋은 순위를 받았다는 것 외에는 무언가 내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었다"면서 "스스로에게 뭔가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었는데 그 답을 찾기 위해, 지금이 한 번쯤 변화를 줄 적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최근 한국을 대표해 출전했던 한·태 올스타전을 뛰면서도 느낀 바가 많았다. 한국은 태국에 1·2차전을 패하며 벽을 실감해야만 했다.
그는 "태국 선수들은 공이 짧으면 본능적으로 마중 나가서 '잘라' 때리고, 공이 길면 체공시간으로 버텨서 때리더라"면서 "그런 건 일종의 기본기다. 더 늦기 전에, 기본기가 중시되는 일본인 감독 밑에서 차근차근 잘 배우면 고민했던 그 길을 찾을 수 있을 것도 같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대건설에서도 배운 게 많다. 강성형 감독님은 항상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많이 주셨다. 여기에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며 얻는 게 더해진다면, 앞으로 더 많은 성장을 하리라 기대한다"며 흥국생명으로의 이적에 대해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새 시즌이 무조건 순탄하리라 장담할 수는 없다. 익숙한 팀을 떠나 프로 첫 이적을 한 만큼, 적응해야 할 것도 많다.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배구 여제' 김연경을 앞세워 통합우승을 하며 기대치도 높아져 있다. 하지만 새 시즌부터는 김연경이 없다.
이다현은 "내가 홀로 (김)연경 언니의 빈 자리를 메우려고 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머지 모든 선수들이 힘을 합쳐 그 공백을 메우고, 팀원들과 함께 계속해서 좋은 경기력을 보이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 "예전부터 변화를 두려워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새 팀에서의 적응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다현은 FA기간 후 한·태 올스타전까지 치르는 등 쉴 틈이 없다. 이제는 대표팀 소집을 위해 다시 몸을 만들고 있다. 대표팀 일정을 마친 뒤 7월에야 '새 소속 팀' 흥국생명에 합류하면, 2개월 뒤 KOVO컵을 시작으로 곧바로 새 시즌에 나서야 한다.
이다현은 "짧은 시간 드라마틱한 변화를 얻기란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계속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면서 "이번 도전을 통해 그 답을, 꼭 한 번 찾아보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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