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유수연 기자 =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 당시 다큐멘터리 촬영을 목적으로 법원 경내에 진입한 감독 측이 법정에서 "감독으로서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기록을 위해 간 것"이라며 "국가적 위기 상황을 기록하는 건 기록자와 예술가로서의 소명"이라고 밝혔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김우현)는 31일 오전 특수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된 정윤석 감독(43·남)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앞서 정 감독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지만 지난 19일 재판부가 불허해 일반적인 공판으로 진행됐다.
검찰에 따르면 정 감독은 지난 1월 19일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알려진 후 새벽 3시쯤 서부지법 경내에 침입한 혐의를 받는다.
정 감독 측은 무죄를 주장했다. 불법으로 침입할 의도가 없었고, 오직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짧은 시간 경내에 머물렀기 때문에 건조물침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정 감독 측은 설령 건조물침입에 해당하더라고 정당한 사유이므로 위법성이 없어진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정 감독 측은 "서부지법 안에 들어간 것도 오직 영화 촬영을 위한 정당한 목적이었다"며 "(정 감독은)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하며 특정한 사회적 사례에 초점을 맞춰 이념을 파헤친 작품을 제작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위법성 조각 사유로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들었다. 이들은 "다큐멘터리 감독에게 카메라는 표현의 도구"라며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기록하는 건 기록자와 예술가로서의 소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내부 상황을 취재한 JTBC 기자는 똑같이 7층까지 카메라를 들고 갔는데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다"며 "정 감독이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국회 등에서 촬영한 영상은 JTBC 요청으로 방송의 소스로 사용됐다"고 말했다.
또 정 감독 측은 구속된 피고인들과 분리해서 재판을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정 감독 측은 "이 사건의 공동 피고인 다수를 변호하는 한 변호사가 정 감독의 변호인에 대해 '빨갱이 변호사 한 명이 들어와 설쳤다'는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며 "분리되지 않을 경우 공정한 재판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윤석 감독은 다큐멘터리 '논픽션 다이어리'로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 비프메세나상, 2014년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문 넷팩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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