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멱살 잡고 "빨갱이 XX"…아수라장 된 이화여대 탄핵 찬반 집회

(서울=뉴스1) 신윤하 이강 기자 = 26일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린 가운데, 재학생들과 외부인들이 뒤섞인 집회 참여자들이 충돌하며 교내가 아수라장이 됐다.

이날 오전 10시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 앞에선 탄핵에 찬성하는 학생들과 반대하는 학생들이 물리적으로 충돌하며 대치했다.

당초 탄핵 반대 측이 11시 시국선언을 예고했고 찬성 측이 한 시간 전인 10시에 집회를 예고했지만, 양측이 10시 전부터 대강당 앞에서 자리를 잡으면서 강한 대치가 벌어졌다.

이날 오전 10시쯤 집회에 참석한 탄핵 반대 측과 찬성 측 모두 각각 30여명으로 파악됐지만, 외부인들이 학교 담을 넘거나 담 밑으로 기어들어 오면서 수가 100여 명으로 급증했다. 앞서 대학 측은 이날 외부인이 교정에 들어오지 못하게 기자증, 신분증 등을 대조하기도 했다.

이미 오전 10시 전부터 시작된 대치에선 탄핵 찬성 측이 '이곳은 계엄반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선배 이화인들이 투쟁한 곳입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자 '스탑 더 스틸(STOP THE STEAL)' 피켓을 든 반대 측이 현수막과 피켓을 가리고 서는 등 신경전이 벌어졌다.

대학 측이 외부인 출입을 막으면서 집회 참여자들은 오전 10시 40분 쯤 정문 쪽으로 옮겨갔다. 탄핵 반대 측은 눈물을 흘리며 확성기로 "탄핵 무효"를 외치고, 찬성 측은 "해방 이화 지켜내라", "윤석열을 탄핵하라"는 구호를 반복하며 세 대결을 이어나갔다.

그러다 찬성 측과 반대 측은 피켓을 앞으로 내밀며 서로를 밀치고 충돌했다. 정문 밖에서 대기하던 탄핵 반대 측이 찬성 측 피켓을 강제로 뺏기도 했다. 이들은 "부숴! 빨갱이 XX들" 등의 욕설을 내뱉었다.

이날 낮 12시 10분쯤엔 외부인들이 담을 넘어 들어와 집회 참여자들의 피켓을 밟고 부수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유튜버가 이대 재학생의 멱살을 잡고 찬성 집회 현수막 아래로 드러눕는 등 혼란은 격화했다. 유튜브 채널 '신남성연대' 운영자 배인규 씨가 현수막 밑으로 드러누웠다가 학내 경찰에 의해 제지당하기도 했다.

탄핵에 반대하는 관현악과 20학번 김수아 씨는 "왜 대통령이 일반적 방법이 아닌 계엄이라는 특수한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는지 깨닫게 됐고, 우리나라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큰 위기에 봉착해 있음을 깨닫게 됐다"며 "앞으로도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구국의 결단을 하신 대통령의 헌신에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탄핵 찬성 측인 철학과 17학번 성채린 씨는 낮 12시 10여분 경 진행된 집회에서 "말도 안 되는 내란 동조하는 데 우리 이화의 이름을 이용하는 걸 도저히 눈 뜨고 볼 수 없다"며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사람이 사람답게 만들기 위해 반드시 일어나야 하는 것이 윤 대통령 탄핵"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이날 오후 3시 교내에서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2차 시국선언을 예고했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