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민주당이 국무위원 총탄핵 시사에 이어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에 대한 임기를 연장하는 법안까지 추진하면서 정국이 빠르게 요동치고 있다.
이같은 계획이 실제 추진되더라도 실현될 가능성은 작다. 국무위원을 모두 탄핵소추한 후 임기연장법을 통과시키더라도, 거부권을 검토하거나 공포할 주체가 없어진다는 점에서 법안을 확정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헌법재판관 임명권자는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국무위원이 없으면 마은혁 재판관 임명도 불가하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는 지난 2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재탄핵을 시사하며 모든 국무위원을 향해 "권한대행으로 승계될 경우 마 후보자를 즉시 임명하라. 그렇지 않으면 즉시 탄핵하겠다"고 경고했다.
초선 의원들의 발언에 당 지도부는 일단 선을 긋는 모습이다. 다만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 총리가 4월 1일까지 헌법수호 책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중대 결심을 할 것"이라며 '총탄핵' 가능성을 열어놨다.
민주당의 국무위원 총탄핵은 최근 발의된 '헌법재판관 임기연장법'인 헌법재판소법 개정안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국무위원 전원이 탄핵소추되면 국무회의를 열 수 없는 만큼, 법안을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정책수석은 최근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국무위원 과반이 무너지면 국무회의 개의가 불가능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음 달 18일 퇴임 예정인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 후임이 임명되지 않을 경우, 두 재판관의 임기가 자동 연장된다는 내용이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확정되면 현재의 8인 체제는 일단 유지된다. 민주당은 이날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법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같은 계획은 실제 실행되기 어렵다는 것이 법률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헌법 제53조 1항에 따르면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은 정부에 이송되어 1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한다'고 되어 있다. 5항에는 '대통령이 기간 내에 공포나 재의의 요구를 하지 아니한 때에도 그 법률안은 법률로서 확정된다'고 적혀있다.
만약 대통령 권한대행을 승계받을 국무위원이 한 명도 남지 않게 된다면,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을 검토할 주체가 없어지게 된다. 재의 요구를 안 한 게 아니라 못 하게 되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헌법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대로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한다고 되어 있다"며 "전원 탄핵될 경우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할 사람이 없게 된다"고 했다.
부장 판사 출신인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재의 요구를 못한 것을 가지고 '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해 15일 지나면 법률로 확정된다고 보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국무위원이 한 명도 남지 않게 되면 민주당이 원하는 마은혁 재판관 임명도 불가능하다. 헌법에 따르면 헌법재판소의 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어 있다.
선거법상 대통령의 궐위로 인한 선거의 선거일은 대통령 권한대행자가 공고하도록 되어있다. 국무위원이 모두 탄핵소추된다면, 조기대선도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여당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이같은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야권에 우호적인 국무위원과 사전에 접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 법률위원장인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공무원들을 선택적으로 임명시키려는 시도를 할텐데, 수십년간 공직에 있었던 이들에게는 모욕적인 일"이라며 "굴복할 장관은 없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복귀한 지 열흘 도 되지 않아 극단적인 카드를 꺼내들면서, 민주당이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모 국민의힘 의원은 "그만큼 민주당이 급하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만약 민주당 초선의원 주장대로 국무위원 총탄핵이 현실화한다면, 위헌 정당 해산도 생각해 봐야 한다"며 국가 기능 전체를 마비시키고, 권력 분립 체계 자체를 완전히 무력화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민의힘도 강하게 공세를 펴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헌재 장악법 강제 처리는 내란 실행, 독재이며 체제전복"이라며 "수사 기관은 국헌문란 시도에 맞서 곧바로 수사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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