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 "우리 가게는 안전상의 문제로 '노키즈존(No Kids Zone)'입니다."
제주시 아라동에서 사는 30대 이 씨는 봄철을 맞아 자녀와 함께 외출 준비를 하다 답답함을 느꼈다고 했다. 3세 아이와 함께 갈만한 가게를 검색하다 보면 심심치 않게 '노키즈존' 안내문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올해 제주시내 문을 연 A 대형카페도 그 중 하나다. 이곳은 14세 이상만 입장 가능하다. 반려동물 입장도 금지됐다. 사업장 측은 입구부터 현무암과 나무들이 즐비한 인테리어로 인해 위험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실제 지난 23일 A카페에는 오전부터 관광객, 도민들로 북적였지만 어린 아이는 볼 수 없었다.
반면 적극적으로 아동 손님을 반기는 곳도 있다. 일명 '예스키즈존(Yes Kids Zone)'으로 불리는 곳이다.
지난해 제주시에서 개업한 B 대형카페는 모든 공간에 턱을 없앴다. 휠체어와 유모차가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부터 신경 쓴 것이다. 모든 층에 엘레베이터가 있는 것은 물론 수유실, 기저귀 갈이대 등 편의시설도 마련됐다.
일부 공간을 노키즈존으로 운영되는 가게도 늘고 있다. 자녀를 둔 부모, 가족 손님을 외면할 수도 없고, 노키즈존을 원하는 손님들의 수요도 놓치고 싶지 않은 사업주들의 고충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노키즈존 또는 예스키즈존 모두 사업장의 선택이지만, 일각에선 아동에 대한 차별이자 혐오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제주는 전국에서 노키즈존 사업장이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다. 사업주들은 사업장 내 안전사고 우려와 유사 시 업주에게 과도한 책임을 부여하는 사례, 일부 부모의 비상식적 행동 등으로 인해 노키즈존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의 '아이와 어른이 함께하는 사회, 제주지역 노키즈존 실태와 시사점'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는 지난 2023년 기준 500개 이상의 노키즈존 사업장이 있다. 이 중 20.4%가 제주에 위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국에서 경기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것이다.
연구원이 노키즈존을 운영하는 사업주 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2.5%는 개업 초기부터 연령 제한을 뒀다. 그 이유로는 '조용한 가게 분위기(42.9%)', '아동 안전사고 발생 시 책임 우려(33.3%)', '소란으로 인한 트러블 우려(11.9%)', '부모의 양육 미흡으로 인한 갈등 우려(7.1%)' 등이 있었다.
운영 도중 노키즈존으로 전환한 경우(47.5%)에는 '아동 안전사고 발생(42.1%)', '미흡한 자녀 돌봄으로 인한 갈등(39.5%)', '소란으로 인한 컴플레인 증가(7.9%)' 등 때문이었다.
연구원은 "노키즈존 문제는 아동과 보호자를 위한 공간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며 인식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구원은 또 "아동친화적 공간 확대를 위해서는 참여 사업주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동시에 아동 및 보호자에 대한 공공장소에서의 에티켓 교육적 지원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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