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뉴스1) 양희문 조아서 기자 = 우리 사회가 병들어가고 있다. 하루가 멀다고 마약 관련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마약이 빠르게 퍼지고 있는 데다 국회의원 아들까지 관련 혐의에 연루되면서 부모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누구나 손쉽게 마약을 구매할 수 있다. X(구 트위터)엔 필로폰 등 마약 종류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마약을 판다'는 글이 수두룩하다. 필로폰, 코카인, 대마, 엑시터스 등 구매 가능한 마약 종류도 다양하다.
마약 판매책들은 투약자들의 후기를 공유하며 구매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심지어 투약 후 성관계 영상까지 올리며 구매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경찰 단속을 피할 수 있는 방법도 조언한다.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해 인상착의를 가릴 것 △암호화폐를 통한 비대면 거래 등이다.
마약의 국내 유입도 계속되고 있다. 부산지검 마약범죄특별수사팀은 최근 165만 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대량의 필로폰을 팔레트(화물운반대)에 숨겨 태국에서 국내로 들여온 마약 사범을 구속 기소했다. 그가 공범들과 함께 국내로 밀반입한 필로폰은 50㎏으로 시가 1657억원이다. 이는 국내 필로폰 밀수 사건 중 역대 3번째 규모다.

문제는 마약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면서 일상까지 파고들었다는 점이다. 특히 SNS 이용이 활발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는 모양새다. 마약중독재활센터에 입소했던 한 20대 남성은 "클럽에서 많은 사람이 마약을 한다. 그만큼 구하기 쉬우니까 일상이 됐다"고 취재진에게 전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에선 필로폰 투약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이 판사에게 "마약이 왜 불법인지 모르겠다"고 따져 묻는 등 마약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여성은 같은 해 10월 선고 공판에서 초범인 점 등이 고려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최근에는 이철규 국민의힘 국회의원 아들(30대)이 액상 대마를 구매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경찰에 적발됐다. 이 의원의 아들은 지난해 10월 서울 서초구 한 건물 화단에서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숨겨진 액상 대마 5g 상당을 지인 2명과 함께 확보하려고 시도하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는다.

마약이 일상 곳곳으로 침투하면서 부모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자녀들이 언제든 마약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됐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또 자녀 본인의 의지가 아니어도 마약이 투약될 수 있다는 공포감도 크다.
실제 2023년 4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일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라며 중·고등학생 13명에게 '마약 음료'를 마시게 한 20대 남성이 검거됐다. 해당 음료는 필로폰과 우유를 섞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남성은 공범과 함께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금품을 뜯어내려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20대 초반 아들을 둔 A 씨(50대·경기 광주시 거주)는 "매일 같이 마약 관련 뉴스가 쏟아지고 있는데, 이제 더 이상 한국은 마약 청정국이 아닌 것 같다"며 "아들을 믿지만, 아들 모르게 투약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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