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한숨 돌렸지만 '고환율'은 어쩌나…中企 현장서 '곡소리'

"팔수록 적자"…환율 1400원 시대에 '절규'
정부에 금융 지원 당부…"유동성이 문제"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 News1 오대일 기자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연초부터 지금 환율이 계속 높아 죽을 지경입니다. 환율 오르면 좋지 않냐고 하는데 저희같이 작은 중소기업은 제품 원재료를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들여오는데 수입 가격이 엄청나게 뛰었어요. 자재 주문을 언제고 미룰 수 없어서 지난달에는 주문을 넣었는데요. 이번 달에는 엄두도 못 내고 있네요.(충남 소재 제조업체 대표 김 모 씨)

최근 정부의 관세 부과 유예 조치로 긴장 상태에 놓였던 중소기업계가 잠시 숨을 돌리는가 싶었으나 이번에는 '고환율 리스크'에 시름하고 있다.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들은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있다는 하소연을 쏟아낸다. 환율이 내리길 기다리던 기업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보관비용에 더는 버티지 못하겠다고 호소한다.

1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1450원 선을 오가고 있다. 지난 10일 날아든 관세 유예 소식에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다소 안정세를 찾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1400원대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달러·원 환율은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1440원을 넘어선 뒤 최근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조치로 1480원까지 치솟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제외한 나라에 90일간 관세 유예를 발표하면서 환율이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나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고환율에 따른 부담이 여전히 크다는 반응이다. 이후 조치에 따라 환율이 다시금 요동칠 가능성도 높다.

통상적으로는 환율이 높아지면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이익과 수출이 모두 증가하나 국내 중소기업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국내 중소기업의 대다수는 해외에서 원자재를 수입·가공해 대기업에 납품하거나 해외에 수출하는 구조여서 환율이 높아지면 이익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연초 환율이 급등한 때에도 중소기업의 절반이 이로 인한 피해를 호소한 바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1월 중소기업 360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고환율 관련 중소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환율 급등으로 피해가 발생한 중소기업은 전체의 51.4%였다. 이익이 발생했다는 곳은 전체의 13.3%에 불과했다.

수입 중소기업의 2024년도 평균 수입액은 56억 3000만 원이며, 품목별 수입액 비중은 원자재(59.1%)가 평균 33억 3000만 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조사 시점 기준 기업이 영업 적자를 보기 시작하는 손익분기점 환율은 1달러 기준 평균 1334.6원으로 응답했다. 기업의 목표 영업이익 달성을 위한 '적정 환율'은 평균 1304.0원으로 조사됐다.

본문 이미지 - 30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올해 2분기 2분기 전국 항만에서 처리한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동기 761만 TEU 대비 6.4% 증가한 810만 TEU로 집계됐다. 이날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2024년 2분기 전국 항만물동량'에 따르면 수출입 물동량은 전년 동기 436만 TEU 대비 4.3% 증가한 455만 TEU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중국 등 주요 교역국과의 수출입 물동량 증가(미국 15.5%↑, 중국 7.8%↑ 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2024.7.30/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30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올해 2분기 2분기 전국 항만에서 처리한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동기 761만 TEU 대비 6.4% 증가한 810만 TEU로 집계됐다. 이날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2024년 2분기 전국 항만물동량'에 따르면 수출입 물동량은 전년 동기 436만 TEU 대비 4.3% 증가한 455만 TEU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중국 등 주요 교역국과의 수출입 물동량 증가(미국 15.5%↑, 중국 7.8%↑ 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2024.7.30/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충남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제조업체 대표는 "자사는 원자재를 베트남에서 들여오고 있는데 계약을 할 때 달러로 하는데 환율이 너무 올라서 걱정이다"며 "우리는 원자재를 한 달에 두세 번씩도 들여오는데 그때마다 값을 치르는 식이다. 환율 때문에 정말 죽을 지경"이라고 했다.

경남에서 자동차 부품사를 운영하는 박 모 씨 역시 "환차손만 한 달에 억 단위로 발생한다. 팔면 팔수록 적자"라며 "환율도 이렇게 높은데 관세까지 부과된다니 진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중소기업은 환율 급등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의 금융 지원을 당부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 환율 상승 대응을 위해 필요한 정부 지원책을 묻자 '대출만기연장 및 금리인하'가 42.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외 △운임 및 선복 등 물류 지원 확대(26.7%), △환변동 보험 및 무역 보증 지원(26.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제조업체 사장 김 모 씨는 "중소기업은 대기업처럼 환율 변동에 대비할 여력이 없고 환변동 보험 같은 것도 든 경우가 거의 없고, 있어도 활용하기는 어렵다"며 "이번 달에도 발주를 넣어야 하는데 환율이 너무 높아 고민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환율이 이 정도 수준이면 납품가를 조정하지 않는 이상 이윤이 사실상 없는 구조인데 거래처에 말 꺼내기도 조심스럽다"며 "가뜩이나 경기도 좋지 않은데 거래가 끊길 위험을 감수할 수 없지 않냐. 이럴 때는 유동성이 문제"라고 전했다.

한편 중기부는 글로벌 환경 변화에 신속 대응하기 위해 '트럼프 2기 대응 TF'를 구성·운영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 수출 지원방안과 범부처 비상수출대책도 발표한 바 있다.

최근에는 고환율 애로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자금을 통해 고환율 피해기업 등 304개 사에 550억 원을 긴급 지원했다. 전국 15개 수출지원센터에 애로신고센터를 설치하고 수출 영향 품목 50개를 뽑아 특별관리한다는 계획이다.

minj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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