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지난해 3500여 명을 채용했던 조선업계가 올해도 대규모 채용에 나서고 있다. 과거 암흑기를 끝내고 슈퍼사이클(최대 호황기)에 진입하면서 확보한 수주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즉시 전력감으로 불리는 경력직뿐 아니라 중장기 인재 확보를 위해 신규 채용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다만 절대적인 인력 부족과 인재들이 도시 근무 선호하는 현상은 인력 충원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수도권에 거점 근무지를 세우고 현장에 외국인 근로자 고용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슈퍼사이클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2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그룹은 이달 조선 3사(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HD현대삼호)의 생산기술직 공개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HD현대그룹은 조선 시황 회복에 따른 선박 건조 물량 증가로 인력 확보를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HD현대그룹 조선3사는 1760명의 신규 인력을 충원했지만 일손 부족 현상은 여전하다. 지난해 205억 6000만 달러를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135억 달러)의 152.2%를 달성하는 등 신규 일감이 갈수록 쌓이고 있어서다.
한화오션(042660)과 삼성중공업(010140) 역시 추가 인력 확보는 필수다. 한화오션 수주액은 지난 2023년 35억 2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88억 6000만 달러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삼성중공업도 약 73억 달러의 신규 수주를 확보했다.
그중 한화오션 직원 수는 1년 만에 1310명 늘어난 1만 202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인력 충원을 위해 대졸공채 채용을 시작했다. 생산직 직원 채용은 상시 진행 중이다. 고난도 용접·가공 등 핵심 생산 인력을 선발해 주요 공정에 투입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도 472명을 채용한 데 이어 그룹 공채와 경력직 채용 전형을 진행 중이다.
몸값 높은 경력직 채용은 평균 연봉 인상으로 이어졌다. HD현대삼호는 2년 연속 평균 급여 1억 원을 기록했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도 평균 600만 원 인상된 8900만 원, 9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절대적인 일손 부족과 지역 근무 기피 현상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선업계는 도심에 근무 거점을 마련해 지역 기피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HD현대그룹은 경기 성남시에 글로벌 R&D(GRC)센터를 지었다. 한화오션은 오는 5월 부산 엔지니어링센터 개소를 앞두고 있다. 조선소가 있는 거제도와 인접한 도심에 근무지를 마련해 미래 인재 확보를 시도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기혼자들은 자녀 교육을 위해 지방 근무를 꺼리고 있다"며 "적은 연봉 인상으로 각종 추가 생활비가 필요한 지방 근무를 유인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조선업 암흑기에 조선소를 떠났던 숙련공들이 복귀를 거부하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과거 능숙한 용접사 다수가 조선업 불황 시기에 평택 반도체 공장으로 이직했다. 급여와 근무 환경이 조선소 대비 우수해 지방으로 다시 내려가길 꺼린다.
정부와 지자체는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외국인 확보를 서두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울산광역시와 공동으로 '조선업 맞춤형 외국인력 양성 시범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울산시 주도로 우즈베키스탄 현지에서 조선업 맞춤형 훈련을 하면 고용부가 고용허가제(E-9)를 통해 훈련 수료자를 지역 내 기업에 매칭한다. 기업은 숙련 인력을 확보할 수 있고 외국 인력은 적응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울산 조선소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 수는 8000명 안팎"이라며 "외국인 근로자는 인구 감소와 수도권 근무지 선호 현상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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