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국내 재계 총수들이 잇달아 인도를 방문, 새로운 미래 성장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으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세계 최대 잠재시장을 '제2의 도약지'로 점찍고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4일 재계에 따르면 구광모 LG(003550)그룹 회장은 지난달 24일부터 나흘 일정으로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벵갈루루와 수도 뉴델리를 순회하며 LG전자의 연구개발(R&D)·생산·유통 밸류체인을 점검했다.
구광모 회장은 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을 찾아 "인도 시장에서 어떤 차별화를 통해 경쟁 기업들을 앞서갈 것인지는 앞으로의 몇 년이 매우 중요하다. 지금이 지속 가능한 1등을 위한 골든타임"이라며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 생산라인을 살펴보며, 중국 기업과의 차별화 전략, 지속 가능한 1등이 되기 위한 방안을 준비하고 실현해달라"고 주문했다.
LG그룹은 내년 인도 시장 진출 30주년을 맞는다. 1996년 인도 소프트웨어 연구소 설립을 시작으로 LG화학(051910)(1996년), LG전자(066570)(1997년), LG에너지솔루션(373220)(2023년) 등 핵심 계열사가 진출, 현지 맞춤형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노이다와 중서부 푸네 생산공장에 이어 동남부 안드라 프라데시에 세 번째 현지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다. LG화학은 올해 신규 공장을 가동하며 고성장 중인 인도 석유화학 시장에 대응하고, LG에너지솔루션은 초기 단계인 인도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최근 올해 첫 해외 사업장 방문지로 인도를 방문해 롯데웰푸드(280360)가 운영하는 주요 제과 생산 시설을 둘러봤다. 신 회장이 인도를 찾은 것은 2016년 '한-인도 비즈니스 서밋' 당시 뉴델리 방문 이후 9년 만이다.
이에 앞서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인도를 찾아 현대차 인도 법인(HMIL)의 현지 증권시장 상장 기념식에 참석하고,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만나 인도 모빌리티 산업의 미래 발전과 인도-현대차그룹 간 다각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재계 총수들이 앞다퉈 인도를 방문한 것은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인 인도 시장의 성장잠재력 때문이다. 인도는 14억 5000만 명의 인구를 보유한 시장으로 전체 인구 중 40%가 구매력이 높은 25세 미만 청년층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인도의 경제 규모가 2030년 세계 3위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한다.
인도가 세계 최고 수준의 '개발 인력 풀'(Pool)을 보유한 점도 이유다. 인도 IT 산업은 GDP의 7%를 차지하는 핵심 성장 동력이다. 인도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규모는 약 500만 명으로, 매년 100만 명의 공대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인도 시장이 '트럼프 관세 리스크'를 완충할 수 있는 수출 다변화 창구라는 점도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18일 '범부저 비상수출 대책' 발표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대응 방안 중 하나로 '글로벌사우스(비서구권 개발도상국) 수출시장 다변화'를 제시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차별 관세 폭격에 대응하려면 특정 국가에 쏠린 수출 의존도를 분산해야 한다. 인도는 글로벌사우스 중에서도 GDP가 가장 높은 'GS4'(인도·인도네시아·멕시코·브라질) 중 한 곳으로 분류된다.
재계 관계자는 "인도는 세계에서 내수 시장이 가장 큰 이머징 마켓"이라며 "지경학적으로도 인도 시장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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