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주택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소비자 심리가 8개월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커지면서 '1년 뒤 집값 상승론'이 '하락론'을 다시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소비 심리는 석 달 만에 하락세로 꺾였다.
지난해 서울 주택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가계부채가 들썩이고 기준금리 인하가 미뤄진 당시와 비슷한 모습이다. 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여파로 풀이된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주택가격전망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05로 한 달 새 6포인트(p) 올랐다
주택가격전망 CSI가 7p 올랐던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 만에 최대 폭 상승했다. 이로써 2003~2024년 장기 평균인 107에 바짝 가까워졌다.
지난달(99)만 해도 주택가격전망 CSI는 완만한 하락세를 그리면서 기준치 100을 하회했다. 주택가격전망 CSI는 1년 뒤 집값이 지금보다 낮아질 거란 응답이 높아질 것이라는 응답보다 많을 때 100을 밑돈다.
집값 상승론이 1개월 만에 하락론보다 다시 우세해진 상황이다.
이혜영 한은 경제심리조사팀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완화에 따른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 폭 확대 등으로 주택가격전망 CSI가 올랐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집값 기대 심리가 빠르게 커졌던 작년 7월은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등 양상을 보이면서 가계부채 증가 규모가 확대됐던 시기다. 이에 한은은 금융 안정을 위해 금리 인하 시점을 당초 예상된 7~8월에서 10월로 미뤄야 했다.
다만 이번 조사는 전날부터 시행된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효과는 반영하지 못했다. 정부와 서울시는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 가격 급등에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했는데, 조사는 그보다 앞선 지난 11~18일에 이뤄졌다.
이 팀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과 함께 강화된 가계부채 관리 방안이 나왔기 때문에 시차를 두고 집값 기대 심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내다봤다.
전반적인 소비자 심리를 보여주는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 대비 1.8p 하락한 93.4를 기록했다. 이는 3개월 만의 하락 전환이다.
CCSI는 비상계엄 선포 이후 계속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전인 지난해 11월 100.7 수준이었던 CCSI는 계엄이 선포된 같은 해 12월(88.2) 12.5p 추락한 뒤 지금껏 기준치 100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이 팀장은 "CCSI가 올해 1~2월 약간의 회복세를 보였지만 3월 내수 부진과 수출 증가세 둔화에 따른 성장세 약화 우려에 다시 떨어지면서 계속 장기 평균을 밑돌고 있다"며 "소비자 심리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세부 CSI도 대부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향후경기전망 CSI(70)는 수출 증가세 둔화,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등으로 3p 하락했다.
금리수준전망 CSI(92)도 기준금리 인하, 시중은행 가산금리 인하 등에 7p 내렸다.
일반인들의 물가 상승 기대를 보여주는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2.7%)은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둔화했으나 생활물가 상승 폭은 확대되면서 전월과 동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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