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혀 관세전쟁이 자동차로 확대됐다. 미국 수출에 용이해 자동차 공장이 많이 건립된 캐나다와 멕시코, 그리고 일본과 한국, 유럽 등 전통적인 자동차 수출 주력 국가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됐다.
26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에서 수입차 25% 관세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25%의 관세는 수입 승용차(세단, SUV, 크로스 오버, 미니 밴, 화물 밴)과 소형 트럭뿐만 아니라 주요 자동차 부품(엔진, 트랜스미션, 파워 트레인 부품 및 전기 구성 요소)에도 적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포고문에 따르면 이 자동차 관세는 4월2일 발효되어 4월 3일 0시 1분(미국 동부 시간)부터 징수된다. 품목별 관세로는 지난 12일 발효된 수입 철강·알루미늄 25% 관세에 이은 3번째 공식 발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포고문에 서명한 뒤 "우리가 할 일은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모든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라면서 "미국에서 만들어졌다면 전혀 관세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이번 관세 부과로 연간 1000억 달러(약 147조 원)의 관세 수입을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수입은 미국의 부채를 줄이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가 자신의 임기 동안 영구적(permanent)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미국 생산 자동차에 대해서만 차량 대출 이자에 대한 세금을 공제하는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현재 승용차에 2.5%, 트럭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새로운 25%가 추가되면 승용차는 27.5%, 트럭은 50%의 관세가 부과된다.
다만 엔진 등 주요 부품에 대한 25% 관세는 최대 1달간 유예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향후 연방 공지를 통해 주요 부품 관세 부과일을 확정할 예정인데, 늦어도 5월 3일까지는 부과된다. 이 연방 공지를 통해 관세 부과 대상인 세부 품목별 코드도 공개된다.
문제는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출하는 완성차와 부품에는 관세를 어떻게 매기냐다. 미국 정부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맺은 캐나다와 멕시코에는 이 협정을 준수한 부품의 경우 당분간은 면세라고 밝혔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 X에서 백악관 수석 부대변인 해리슨 필즈 역시 USMCA를 준수하는 부품은 현재로서는 "관세가 면제"된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캐나다와 멕시코 완성차에도 관세가 면제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25%가 부과되는 것인지는 다소 불분명했다. 필즈 부대변인은 부품 관세 면제는 언급했지만, USMCA 준수 차량이 동일한 대우를 받는다고는 말하지 않아 완성차의 경우 캐나다와 멕시코라도 25% 관세 적용을 받는 것으로 추정됐다.
WSJ 역시 트럼프가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모든 차량"에 25% 관세를 말한 것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캐나다와 멕시코와 같은 국가에 대한 면제 가능성을 없애는 것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단 이 경우도 시스템이 준비되면 완성차의 부품에 따라 관세가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USMCA에 따라 면세인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차량(완성차)에 대한 세율은 미국산 부품의 사용량에 따라 조정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완성차 부품의 절반이 미국에서 제조된 경우 25%의 절반인 12.5% (추가)관세가 부과된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 역시 트럭을 예로 들어 멕시코에서 제작된 트럭 중 미국 콘텐츠(부품)가 45%인 경우 나머지인 55%에 대해 25% (추가)관세가 부과된다고 설명했다.
백악관 웹사이트는 "USMCA에 따른 자동차 수입 업체는 미국산 콘텐츠를 사용했다는 것을 인증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며 25% 관세가 미국산이 아닌 콘텐츠의 가치에만 적용되도록 시스템이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모빌리티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미국에서 판매된 신차의 절반 가까이가 미국 밖에서 조립되었다.
멕시코는 미국으로의 최대 자동차 수출국으로, 제너럴모터스(GM), 램(RAM, 미국 픽업트럭 브랜드로 닷지 소유), 도요타의 픽업트럭과 닛산의 저렴한 세단, BMW와 폭스바겐 아우디의 고급 모델을 수출한다. 도요타의 라브4나 혼다 시빅과 같은 보급형 차량은 캐나다에서 수입되어 미국에서 판매된다.
대미 수출 품목 중 자동차 수출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나라로서도 25% 관세는 발등이 불이 됐다. 특히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지난 2019년 84만 5000대에서 지난해 137만 대로 최근 들어 크게 늘어 수출 버팀목이 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전체 자동차 수출액은 707억 8900만 달러이며, 이 가운데 대미 수출액이 347억 4400만 달러로 절반에 가까운 49.1%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현대차 등 국내 자동차 기업들은 미국 현지 공장 가동을 늘려 생산량을 확대하고, 미국 현지 공장 추가 투자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는 단시간 내에 효과를 볼 수는 없다는 점에서 당분간 미국 자동차 업체들과의 미국 시장 내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 내에서도 우려가 적지 않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가 국내 생산을 증가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공장 설립은 일반적으로 수년이 걸리며 비용도 수십억 달러가 소요되기에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관세 도입으로 생기는 추가 비용이 경제적으로 미국 자동차 기업의 공급망을 방해하고 이익을 압박하고 새로운 투자를 할 수 있는 능력을 줄여 미국 차 기업에도 해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NYT는 유럽 국가, 일본, 한국과의 자동차 관련 무역 충돌이 더 많이 일어날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이번 자동차 관세는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을 해결하기 위해 발동되는 1962년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근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 역시 완성차뿐만 아니라 엔진, 변속기 등 부품을 포함한 130개 이상의 품목에 25%(SUV의 경우 3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제안을 고려했다. 하지만 결국 관세는 발동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와 관련해서는 예고대로 4월 2일 발표될 것이라며, 특히 상호관세는 '모든 국가'에 부과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상호관세는 모든 교역국을 대상으로, 그러나 굉장히 유연하게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세율이 "놀라울 정도로(pleasant surprise) 낮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들이 굉장히 놀랄 것이라고 본다"며 "상대 국가들이 그간 미국에 물려온 것에 비해 훨씬 낮은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역국들은 우리를 잘 대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그들을 잘 대해줄 것"이라며 "사람들은 좋은 의미로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라고 재차 언급했다.
내달 2일 상호관세 부과에 맞춰 반도체 등 특정 분야 관세도 발표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다른 항목들은 아니고 목재에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까지만 해도 "(상호관세에) 너무 많은 예외는 없을 것"이라며 교역국들을 압박한 바 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