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한국프로축구연맹은 K리그 기술연구그룹(이하 TSG/Technical Study Group)을 운영하고 있다. 리그 경기력 향상 발전 방안을 연구하고 그것을 토대로 제언하는, 일종의 K리그 전술 전략 싱크탱크다.
K리그 모든 경기장을 돌며 팀별, 경기별 전술과 전력을 분석하며 이를 바탕으로 매 라운드 경기 보고서와 시즌 종료 후 종합 보고서를 작성한다. 또 경기 평가 회의와 월말 평가 등을 통해 리그의 전술적 흐름을 정리하고 각 구단이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한다. 당장 매 라운드 MVP와 베스트11을 선정하는 것도 TSG 위원들의 몫이다.
올해도 김호영 기술위원장을 비롯해 17명의 위원들이 부지런히 전국을 누비고 있다. 박충균, 박동혁, 현영민, 김상록, 김재성, 박남열, 최철우 등 팬들이 알만한 지도자들이 많은데 올해는 반가운 새 인물이 가세했다. 바로 곽태휘(44)다.
2005년 FC서울에서 프로에 데뷔한 곽 위원은 전남 드래곤즈와 울산현대, 경남FC 등을 거쳤고 교토 상가(일본), 알 샤밥, 알 힐랄(이상 사우디) 등 해외에서도 활약했다. 대표팀 경력도 풍부하다. 2008년 1월 칠레와 평가전에서 데뷔전을 치른 그는 2017년 6월 카타르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예선까지, 10년 간 A매치 58경기에 출전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무렵이 전성기였는데, 하필 개막 열흘 정도를 남기고 치른 평가전에서 심각한 부상을 당해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한 비운의 선수였고, 심각한 부상을 딛고 일어나 다시 태극마크를 단 '불굴의 오뚝이'였다.
현역 은퇴 후 서정원 감독의 부름을 받고 중국 슈퍼리그 청두 룽청의 코치로 지도자 길에 들어선 그는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생각보다 빨리 국내로 돌아왔다. 그때가 2022년이었는데 지난해까지는 '가정에 충실' 하면서 지냈다. 그러다 올해 TSG 일원이 되면서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다.

곽태휘 위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중국에서 돌아올 때는 아들이 수술을 받는 일도 있었고 코로나19 때문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선수 시절 못했던 가장 역할을 몰아하느라 나름 바빴다"면서 웃었다.
아들 시훈 군이 뒤늦게 축구를 시작, 아버지이자 축구 선배로서 도움을 주기 위한 시간으로 썼다고 설명했다. 또래보다 늦은 중학교 때 축구를 시작했는데 타고난 피가 다른 영향인지 빠르게 성장 중이고 올해 축구 명문 보인고에 입학했다.
곽 위원은 "축구가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시키지 않으려 했다. 생각이 있었으면 아예 초등학교 때부터 공을 차게 했을 것이다. 아들도 받아들이는 것 같더니 뒤늦게 축구 선수하겠다고 난리를 치는 통에 어쩔 수 없이 허락했다"고 했다.
성장세가 빠르다는 평가를 전하자 "축구를 늦게 시작해 자세나 기본기가 아직 부족하다. 진짜 축구 선수의 길을 가려했으면 더 빨리 시작했어야한다"고 괜히 타박한 뒤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나. 잘하고 못하고는 본인의 노력에 달렸다. 스스로 열심히 해야한다"고 '경상도 아버지'답게 무뚝뚝한 조언을 남겼다.
곽 위원은 현재 부산에 거주하고 있다. 그가 중국으로 넘어갈 때 아내와 자녀들이 부산에 터를 잡았고, 부산 생활이 좋아 계속 머물고 있다. TSG의 배려로 지금까지는 부산, 울산, 김천, 창원 등에서 열리는 경기에 주로 다녔다고 한다. 물론 앞으로는 전국을 다 누빌 예정이다.
오랜 만에 현장에 복귀한 기분을 묻는 질문에 예상 외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축구는 밑(필드)에서 뛰어야 맛인데 위(기자석)에서 보려니 답답하다"고 했다. 은퇴한지 꽤 됐는데도 피가 끓는다고 했다. 그는 현역 시절에도 못 말리는 축구사랑으로 유명했다. 큰 부상도 많았는데 아무렇지 않게 털고 일어서길 반복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상대 선수가 찬 볼에 강하게 왼눈을 맞았고, 그 영향으로 사물이 흐릿하게 보일 정도로 악화됐다. 밸런스가 중요한 축구 선수에게는 치명타였는데, 어려움을 극복하고 대학을 졸업해 프로선수가 됐고 대표 선수도 됐다.
남아공 월드컵을 준비하던 허정무호 붙박이 센터백이었으나 대회 직전 평가전에서 부상으로 낙마했던 2010년의 기억도 이미 지난 시간일 뿐이라고 했다.
남들이라면 크게 좌절했을 그때도 그는 "월드컵이 끝났을 뿐이지 나의 축구가 끝난 것은 아니다"면서 "다치는 건 두렵지 않다. 다만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축구가 중단되는 것이 아쉬울 뿐"이라 했던 천상 축구인이다. 지금도 그렇다.

곽 위원은 "확실히 현장에 돌아오니 좋다. 축구는 뛰는 게 제 맛이고 선수가 가장 좋지만, 그래도 경기장을 다니면서 축구를 보니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다, 모르는 젊은 선수들도 많아져서 매번 새롭고 아주 즐겁다"고 밝은 목소리를 전했다.
"아들만큼 나도 열심히 해야한다"는 곽 위원은 "잠시 현장에서 떨어져 있었는데 그래서 더 부지런히 뛰려 한다. 좋은 기회(TSG 기술위원)가 주어졌으니 많은 경기를 보고 많이 공부하면서 좋은 지도자가 되기 위한 시간으로 쌓을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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